1.
원래 타르트의 반죽은 파이 반죽과 비슷하여 밀가루와 버터를 이용해서 만드는데, 난 로푸드 방식을 따라 만들었다. 로푸드(raw food)는 익히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음식이다. 쉽게 생각하면 샐러드와 비슷하다.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효소는 특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파괴되기 시작한다. 로푸드는 가열을 거의 하지 않기에 효소가 파괴되지 않고 그래서 인체에 이롭다는 주장이 있다. 로푸드 레시피에 과일과 야채를 갈아 만든 스무디 종류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몬드, 땅콩, 캐슈너트 같은 견과류도 많이 이용된다.
2.
'생식을 해야 몸에 이롭다'는 명제가 온전한 진실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재료 세척에 신경 쓰고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잘 짠다면ㅡ그리고 그 식단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ㅡ굳이 나쁘게 생각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다만 뭔가 하나가 좋다고 하면 그것을 맹신하여 균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로푸드의 섭취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과일이 몸에 좋다고 해도 많이 먹으면, 특히 식후에 곧바로 섭취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법이다.
효소가 파괴되지 않은 음식의 섭취와 인체 유익성의 연관성은 명확히 규명된 바가 없다. 애초에 우리의 몸엔 이미 충분한 효소가 있는 데다가, 생식으로 효소를 채운다는 아이디어는 콜라겐을 먹어서 피부에 탄력을 주겠다는 아이디어처럼 과학적인 생각으로 보기가 어렵다. 입을 통해 위로 들어간 효소는 위장에서 대부분 파괴되기 때문이다.
효소식품을 건강기능식품이나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상당한데, 이는 사실과는 다르며 효과도 입증된 바가 없다. 50% 수준의 설탕물로 우려낸 각종 과일 추출액(흔히 '엑기스'나 '청'이라 표현)에 효소가 많다며 건강에 좋은 효소식품이라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오히려 설탕물을 너무 많이 마셔 건강을 해로울 수 있다. 로푸드나 생식은 재료를 가열하지 않기 때문에 곰팡이, 세균의 위협에 노출되어 건강을 해치는 수가 있으니 오히려 섭취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로푸드를 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효소가 도움을 주거나 생명윤리에 어긋나지 않아서가 아니라ㅡ재료를 익히는 방식에 비해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푸드는 생식계의 나물무침이라고 할 수 있다. 만들기는 쉬우나 맛을 내기는 쉽지 않다.
3.
우선 호두 플레이크 80g, 아몬드 파우더 40g, 반건시 40g, 코코넛 오일 5g을 뒤섞어 타르트 반죽을 만들었다. 반죽을 형틀에 잘 붙여 냉동실에 1시간 이상 두었다가 냉동실에서 꺼내 틀에서 뜯어내면 타르트 크러스트가 된다. 이 크러스트에 아내가 만들어 두었던 요구르트를 붓고 딸기와 블루베리로 장식한 뒤 냉동실에 다시 넣어 얼렸다. 요구르트가 셔벗 정도의 질감이 되었을 때 먹으면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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