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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타투이, 파피요트 ㅡ 산모를 위한 만찬 만들기, 영국식 요리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2. 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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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타투이는 야채가 많이 들어가는 프랑스 요리다. 조리법은 스튜와 비슷해서 야채 스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라타투이의 주재료는 가지, 호박, 피망, 토마토로, 이 네 가지 재료는 어떤 조리법이든 거의 공통적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마늘, 양파, 레몬, 바질, 타임, 후추 같은 향신료를 추가로 넣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지, 호박, 피망은 둥근 형태로 잘라서 올리브 오일에 볶는데, 토마토는 경우에 따라 다르게 조리한다. 소스 형태로 끓이기도 하고 다른 야채처럼 볶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난 향신료가 첨가되어 있는 시중의 토마토 소스를 사용했다. 시판용을 쓰기보단 토마토를 사와 직접 끓이고 싶었는데, 막상 마트에 가니 묶어서 팔고 있는 토마토의 양이 너무 많았다. 남은 토마토를 쓰려고 하면 못 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간 못 쓰고 버린 재료가 많았기에 무리를 하고 싶진 않았다. 


사실 토마토 소스를 사용하면 요리가 굉장히 간결해진다. '소스'까지는 아니지만, 영국의 저명한 요리사이자 요리 연구가인 제이미 올리버도 라타투이 레시피에 '캔에 담겨 있는' 퓨레 형태의 플럼 토마토를 사용하라[각주:1]고 적었다. 솔직히 조금 놀라긴 했다. 어쩌면 제이미 올리버의 레시피를 본 프랑스 요리사는 그걸 보고 '영국식(à l'anglaise)' 라타투이라 불렀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인이 영국 요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안한다면 말이다. 어쨌거나 껍질을 벗긴 뒤 열처리를 가한 '캔 토마토'가 유럽 토마토 요리에 대중적으로 쓰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내가 국내산 생토마토를 써서 라타투이를 만들지 않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플럼 토마토와 국내의 일반 마켓에서 팔리는 둥그런 형태의 생토마토는 맛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산 생토마토로 라타투이를 만들고 있는 나를 본 프랑스 요리사는 '한국식' 라타투이라며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한국식으로 만들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한국 가정집에서 손쉽게 만드려는 것이니 이 정도 양해는 구할 수 있겠다. 전통 라타투이의 맛이 궁금하다면 시간을 내어 프랑스 니스를 방문하도록 하자.


라타투이는 전채 요리다. 그래서 연어 파피요트를 메인 요리로 만들었다. 아쉽게도 맛에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1. 제이미 올리버의 라타투이 레시피: https://www.jamieoliver.com/recipes/vegetables-recipes/classic-ratatouill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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