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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츠 레드탭 오리자시 호완 수리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12. 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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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도쿄에 소재하고 있는 검도 장비 업체 '쇼부도[각주:1]'에 찾아가 직접 구매했던 테츠 레드탭 호완의 접합면이 터져버렸다. 사용한지 5개월하고 보름만의 일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현상사의 가죽 호완은 4년 넘게 사용해도 터지지 않았던 접합 부위였다. 면직물로만 이루어진 오리자시 호완이라 박음질이 금세 헤진 것일까. 3cm 정도의 비교적 작은 상처였지만 계속 사용하면 더 벌어질 것 같아 바로 수리를 맡기기로 했다. 일본에서 구입한 것이기에 일본의 쇼부도에 맡기는 게 정석일 테지만 이거 하나 수리하자고 도쿄를 방문하거나 해외배송을 하기는 어려웠다. 해외배송을 하더라도 얼마의 시일이 걸릴지 알 수 없었으니 하릴없이 국내의 검도 장비 업체를 찾아갔다.


내가 찾아간 장비 업체의 사장은 내 호완을 훑어보더니 뜯어진 부위에 면을 덧대어 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가격의 호완이고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호완이기에 다른 방법, 티가 나지 않는 방법은 없는지 물었으나 사장은 이건 덧대서 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다시 한 번 단호하게 답했다. 국내 업체를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기에 더 묻지 않았다. 그래, 겉에 보이는 모양새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 난 스스로 그렇게 위로했다. 수리비는 5천원이었다.



2.

호완 수리는 3일만에 끝났으나 이런저런 일로 2주 뒤에야 다시 업체를 찾아갈 수 있었다. 가보니 나를 응대하던 사장은 자리에 없었고 기술자분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찾아온 이유를 이야기하자 기술자 한 분이 왜 이제 왔느냐며 나를 타박했다. "수리는 진작에 했는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그러면서 호완을 가져와 내게 건내주시면서 한마디 더 던지셨다. 


"고친 데 찾아봐. 아마 못 찾을 걸?"


말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난 호완을 받아들고 터진 부분을 살펴 보았다. 사장의 말과는 달리 덧대는 방식으로 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복원을 목표로 수리해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다. 


이와 더불어 함께 수리를 맡겼던 도복 하의의 이름 수선마저도, 기존의 이름을 패치로 가려버리는 지저분한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실을 수작업으로 모두 빼낸 뒤 이름을 새기는 방식으로 수선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 역시 해당 업체의 사장은 이름의 실밥을 일일이 제거하는 건 어려워서 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던 작업이었다. 사장은 나를 그저 실리적으로 응대하는 데 그쳤지만 기술자들은 자신의 기술과 명예를 걸고 작업을 하였다. 그런데도 업체 사장은 인터넷을 포함한 어느 곳에서도 이런 훌륭한 기술자들을 소개하고 있지 않았다. 나라도 이름을 기억해두자는 마음에 존함을 여쭈니 '전명훈'이라고 답하셨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내 마음 속의 명장이다.


테츠 오리자시 호완의 수리 전 모습(좌)과 수리 후의 모습(우). 2018.12. 1.

 

  1. 일본 업체이므로 일본식 표기를 따라 쇼부도[正武堂]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자 발음대로 읽어 '정무당'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상당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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