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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선인장(귀면각 혹은 연성각) 키우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12. 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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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이 되어 발코니에 있는 식물들을 거실로 들여왔다. 그러자 거실에서 주로 생활하는 고양이가 식물의 잎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특히 금목서 잎을 자주 노렸다. 소화라도 잘 시키면 다행인데 그러지도 못해서 애써 뜯은 나뭇잎을 몇 시간 뒤에 토하기 일쑤였다. 잎이 뜯겨나가는 걸 마냥 지켜볼 수도 없었고 고양이의 토사물을 매번 청소할 수도 없었으니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가시가 있는 선인장을 금목서 옆에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인장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고양이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선인장을 하나 키워보고 싶었다. 집에 다육식물이 많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선인장과는 달랐다. 어릴 적에 집에서 도맡아 키우던 작고 둥글둥글한 선인장이 하나 있었는데 어쩌면 그 선인장의 영향 때문일까. 훗날 어찌 되었는지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기에 더욱 미련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내 역시 고양이가 금목서 잎을 뜯어먹는 일을 걱정한 바 있었기에 선인장을 금목서 옆에 두어 고양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내 의견에 반대하지는 않을 거라 짐작했다. 적극적으로 찬성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반신반의 정도만 되도 충분히 해볼 만했다. 단 선인장에 가시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기둥선인장이었다. 



2.

내가 들여온 기둥선인장은 국내에서 귀면각 혹은 연성각으로 불리는 종류였는데, 인터넷상에선 귀면각과 연성각의 차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어느 곳에서는 가시의 크기에 차이가 있다고 했고 또 어느 곳에서는 결각의 개수에 차이가 있다고 했는데 출처가 없어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공신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마침 오류인지 다른 문제 때문인지 선인장 자체가 검색되지 않았다. 인터넷 백과사전 중 하나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식물의 학명은 'Cereus repandus', 이명은 'Cereus peruvianus'로 보였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종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의 기술만으로는 'Cereus repandus'와 'Cereus hildmannianus'를 구별해 낼 수는 없었다.


인터넷으론 한계가 있어 집에 있는 식물 관련 서적을 뒤져보았다.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한국식물생태보감>,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 <식별이 쉬운 나무 도감>, <한국조경수목 핸드북>, <우리 식물 도감> 총 6권을 살펴 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선인장 자체를 언급하고 있는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 따로 관련 책을 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3.

기둥선인장을 키울 때 걱정스러운 것 한 가지는 웃자람이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굵기를 유지한 채 반듯이 자라는 게 보기에 좋은데,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 키우면 선인장 끝만 길쭉해지거나 줄기가 햇빛이 있는 방향으로 휠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선인장이 생장을 멈추는 겨울철이라 당장 문제가 될 소지는 없어 보였다. 내년 봄이 되면 나름의 해결책이 생길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기둥선인장은 화분 없이 식물만 담긴 채 집으로 배송되어 왔다. 고양시에 위치한 '스피드다육' 농장에서 주문했는데, 포장에 상당히 신경을 써주어 마음에 들었다. 서울, 2018.11.30.


뭔가가 화장지로 둘둘 말려 있어 펴보니 다육식물인 자보금이 들어 있었다. 서비스로 넣어준 것 같다. 서울, 2018.11.30.


여러 겹으로 둘둘 말려 있던 신문지를 뜯어내니 기둥선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시가 있어 장갑을 낀 채 작업했다. 서울, 2018.11.30.


다행스럽게도 뿌리가 나와 있었다. 선인장은 뿌리가 아직 나지 않은 걸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레게 머리, 국수 면발을 닮은 뿌리의 모양새가 이채로웠다. 서울, 2018.11.30.


화분에 옮겨심은 후의 모습. 물로 씻어낸 마사토를 70% 가량 채워넣었다. 기둥선인장의 뿌리가 몸체에 비해 짧았기에 고정을 위해 표면에 옥자갈을 깔았다. 서울, 2018.11.30.

화분에 옮겨심은 기둥선인장의 전체적인 모습. 서울,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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