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용이 긴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성경의 잠언 22장 29절에 나오듯, 직업에 충실한 자는 왕에 설 것이며 직업에 충실한 사람은 돈을 벌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증거이자 종교적 독실함의 증거라 믿은 것이며* 그런 정신(자본주의 정신)이 자본주의의 발달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림으로 되어 있다. 즉 만화책인데, 일종의 해설서로 볼 수 있다. 단순히 막스 베버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톨릭, 칼뱅주의 등 여러 종교 갈래, 역사적 배경 등을 토대로 부연 설명을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칼뱅주의자들의 소명 의식 그리고 예정설 대한 해석과 그를 기초로 한 부의 추구는 초기에 이자를 금지하였던 가톨릭 교리와 배치되었는데, 이는 칼뱅주의자들이 의로운 신의 모습을 배제하려고 해석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만화 및 주석과 더불어 풍부하게 해설해 주고 있기에 근대 자본주의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이 막스 베버의 저서를 이해하는 데 입문서로서 도움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만화책이라고 해서 애들이 보는 것이라고 단정지어서는 안 되겠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불변의 진리를 말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우선 권위주의의 배제와 개인주의 및 이익에 대한 욕구는 칼뱅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었으며, 칼뱅주의자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구원의 징표'는 성경 전체가 아닌 마태복음의 구절(7장 17~20절)을 인용하여 자신들의 뜻에 맞게 해석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정신을 프로테스탄트의 출현과 연관시키려는 생각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나타났던 근검절약 정신과 그를 통한 부의 추구가 개신교(칼뱅주의)와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특히 극단적인 직업의식과 끊임없는 노동, 그리고 부의 추구가 현대 자본주의를 이끌어온 원동력이라고만 얘기하는 그의 저서는 (물론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노동자 착취-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니 그 의도를 고려 못할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병폐가 만연한 지금에 와서는 한 시각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판적인 생각을 떠나서, 자본주의의 발달을 인간의 정신사상, 종교와 연관지으려 했던 그의 생각은 그 자체로 경탄할만하다.
* 참고로 적어두면, 여기서 말하는 '직업에 충실한 자'란 소명의식을 가진 채 자신이 쌓은 부에 만족하지 않고 노동에만 헌신하는 사람을 뜻한다. 직업을 소명으로 여긴 것은 종교개혁자 루터에게서 시작되었는데, 루터는 직업을 소명 즉 신의 부르심으로 번역하였다. 그런데 성경에는 직업을 소명으로 여기는 정신이 없다. 성경은 노동을 단순히 먹고 사는 활동으로 여겼으며 이익을 추구하지 말도록 가르쳤다. 예수도 이익추구를 멀리하도록 가르쳤으며(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마태복음 6장 11절) 재물을 옳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누가복음 16장). 따라서 예수의 이러한 입장은 노동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정신과 전혀 관련이 없다. 바울은 그 자신의 종말론적인 소망으로 인해 세상의 직업생활에 무심했으며 그래서 예수를 믿었을 때의 신분과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였다. 이처럼 본디 성경은 세상의 직업노동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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