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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바닷가의 생물들과 생태 교란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8. 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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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제시에 위치한 죽림해수욕장은 올해 개장을 하지 않아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수상 스포츠를 즐기러 온 사람들만 간간히 모습을 보일 뿐 피서객들은 방문객을 허용하려 하지 않으려는 뜨거운 태양으로 해수욕마저 피하고 있었다. 


썰물 때가 되어 물이 빠진 갯벌에는 포말이 떠 있었고 바닷물은 탁도가 높아 발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았는데도 물이 빠진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있는 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서객들이 몰려오지 않은 덕에 벌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일까? 사람이 들어가서 해수욕을 즐기고 싶은 바다와 생물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바다가 꼭 같으리란 법은 없다. 난 천천히 갯벌 위를 돌아다니며 생물들을 관찰했다.



2.

아낙 한 분이 홀로 갯벌에 앉은 채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무얼 잡고 계시느냐 여쭈니 가재를 잡고 있다고 답하셨다. 가느다란 막대기 두 개로 갯벌을 살살 찌르다가 무언가를 얼른 잡아채어 재빨리 통에 담곤 하셨는데 보아 하니 하루이틀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잡은 걸 볼 수 있냐고 여쭈니 엉덩이로 깔고 있던 양동이를 선선히 빼어 보여주셨다. 안에는 적지 않은 수의 생물이 들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가재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쏙이었다. 쏙은 갯가재와 상당히 닮았지만 갯가재와는 달리 껍질이 딱딱하지 않다. 


쏙을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쏙이 자리를 잡고 있는 구멍에 된장이나 소금을 뿌리고 뻥대(혹은 뽕대)라고 부르는 막대기를 넣어 살살 흔들기만 하면 된다. 쏙은 자신의 굴에 무언가가 들어오면 붙잡거나 밀어내는 경향이 있어서 사람이 뻥대를 넣어 흔들면 그걸 붙잡고 마는데, 뻥대 끝에는 털 같은 게 달려 있어 한번 붙잡아서 엉키게 되면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막대기를 흔들다가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 때 뻥대를 확 잡아당기면 쏙을 잡을 수 있다. 이론이야 그렇지만 땡볕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3.

별불가사리도 갯벌 위에 올라와 있었다. 이 생물은 푸른색이 강한 편이어서 '별'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별불가사리는 전복, 홍합 등을 가리지 않고 포식하여 바다의 해적이라 불리고 있는 아무르불가사리와는 종이 다르다. 별불가사리는 외래종인 아무르불가사리와는 달리 사체를 주먹이로 하기에 연안 어업에 해를 끼치지 않지만 어쩐 일인지 불가사리는 모두 해로운 종이라는 생각이 적지 않게 퍼져 있다. 


사실 많은 어민들이 별불가사리를 포함한 불가사리 전체를 해로운 생물로 간주하고 있다. 아무르불가사리는 양식장에서 기르는 생물들을 잡아 먹으니 당연히 좋아할 수가 없고, 나머지 불가사리들도 상업적으로 거의 이득이 되지 않는 데다가 생긴 것도 비슷하니 한데 묶어 해로운 생물로 취급하는 것이다. 어민들의 이런 생각은 그대로 언론 보도를 타게 되었고 결국 불가사리는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해로운 동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아무르불가사리의 경우 해적 취급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것도 어민 입장에서 그런 것이지, 아무르불가사리를 일반적인 생태계 교란종으로 취급하는 건 도가 지나쳐 보인다. 쏙 역시 아무르불가사리와 같은 생태계 교란종 취급을 받고 있는데, 그건 두 종류 모두 바닷가에 사는 조개를 먹이로 삼는 동시에 돈벌이 대상으로는 좋지 않은 탓이다. 이들이 번성하면 어민들이 수입원으로 삼는 바지락, 해삼, 전복 등이 줄어들게 되므로 어민들은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만일 불가사리나 쏙이 바지락이나 해삼 등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었다면 오히려 이들이 번성을 환영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생태계 교란종 취급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지 않으며 기존의 벌이(양식장 등)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어민들 입장에서 해적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그들 순리대로 살아가고 있는 바다 생물들을 금전적 피해를 입히거나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단순히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생태계 교란종이라 칭하며 멸시하는 건 자기기만에 불과하므로 자제해야 할 것이다. 



4.

다슬기인지 동다리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 생물도 있었는데 이곳은 갯벌이므로 동다리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다슬기는 민물에서 서식한다. 꽤 많은 동다리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새끼 동다리들도 꽤 많았다. 


게도 간혹 보였다. 주로 엽낭게 혹은 발콩게로 보였다. 동다리의 껍질을 집으로 삼고 있는 집게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엽낭게 또는 발콩게. 거제시 거제면, 2018. 8.13.


별불가사리. 거제시 거제면, 2018. 8.13.


집게. 거제시 거제면, 2018. 8.13.


동다리의 새끼들. 거제시 거제면, 2018. 8.13.


쏙. 거제시 거제면, 2018.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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