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일본인들은 야채를 날 것으로 먹지 않았다. 생선은 생으로 먹어도 야채는 그리하지 않았던 일본인들이 야채를 익히지 않은 채 먹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엽으로, 그 현상에 영향을 미친 요리 중 하나가 돈가스다. 기름진 돼지고기 튀김에 잘게 썬 생양배추를 곁들여 먹는 돈가스는 등장하자마자 쇼와 시대 일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니, 그때의 기본 레시피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일본식 돈가스를 만들려면 양배추가 꼭 있어야 한다. 내가 습한 무더위 아래 유모차를 끌고 마트까지 갔던 것은 바로 양배추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돈가스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튀김에만 신경 쓴다면 그걸 전통적인 일식 돈가스라고 부를 수는 없을 터였다.
또한 제대로 된 돈가스라면 돼지고기의 두께가 두터워야 한다. 국내 어떤 식당들은 돈가스를 할 때 돼지고기를 얇게 다져 튀겨내기도 하는데, 고기를 넓게 편 덕분에 돈가스가 커보이긴 하지만 그걸 전통 일식 돈가스라고 부를 수는 없게 된다. 돈가스는 얇은 돼지고기를 적은 양의 기름에 부치듯이 조리하던 것을, 두껍게 다진 돼지고기를 많은 양의 기름에 튀겨내는 방식으로 바꾸며 탄생했기 때문이다. 일식 돈가스라 한다면 거기에 더해 고기 튀김을 미리 썰어 그릇에 담고 밥도 곁들여야 한다. 과거 일본인들은 젓가락만으로 돈가스를 먹을 수 있도록 고기를 미리 썰어 대접했으며 자신들의 주식인 밥도 돈가스에 곁들여 함께 판매하였다. 여기에 우스터 소스로 만든 돈가스 소스까지 들어가면 제대로 일본식이라 할 수 있겠다.
오래전 가끔식 들르곤 했던 경양식집은 돈가스를 통으로 내어 내가 직접 나이프로 고기를 잘라야 했고 식탁에 젓가락을 준비해 두지 않았으며(대신 포크를 놓아두었다) 밥과 빵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였으니, 이름은 일본식인 돈가스(당시엔 돈까스)였지만 서양의 포크커틀릿이라 해도 무방했다.
오늘은 일본의 전통에 중점을 두어 돈가스를 만들어 보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일식 돈가스를 집에서 즐겼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채 썬 양배추에 마요네즈 소스, 미리 잘라둔 두툼한 돼지고기 튀김에 우스터 소스로 만든 돈가스 소스, 밥, 그리고 젓가락. 2017.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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