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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송천동 로스터리 카페, ALSO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3. 3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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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송천동에 단독주택필지가 조성된 곳이 있었다. 이날 와보니 필지 대부분엔 주택이 올라와 있었고 몇 남지 않은 빈 땅엔 식용 작물들이 심어져 있었다. 아내와 난 주변을 걸었다. 건폐율이 높게 적용된 필지들이었는지 대부분의 건물들이 마당 없이 세워져 있었다. 그래도 일부 건물들은 마당을 만들고 잔디와 나무를 심어 조경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문득 아내가 이 근처에 인터넷에서 본 카페가 있다고 했다. 일반 카페가 아니라 로스팅도 하는 가게라고 했다. 로스팅을 직접 한다면 커피 지식이 상당히 있는 곳일 터였다.

조금 더 걷자 그곳이 보였다. 아담한 정원에 커다란 창을 갖춘 2층으로 된 현대식 건물이었다. 외부는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었는데 건물 입구와 벽면 일부는 목재로 마무리하여 콘크리트의 차가움을 상쇄시키고 있었다. 건물 입구에  'also'라는 상호가 보였다. 1층은 카페, 2층은 주거공간인 듯했다. 정원의 담이 낮아 외부에서도 한눈에 전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열려진 개방성이 보기에 좋았다. 정원은 동양적으로 꾸며져 있었고, 곳곳에 조명장치를 달아 두어 저녁이나 밤에도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신경을 써두고 있었다. 전선이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지 않은 걸 보니 토목공사 때부터 배선에 신경을 쓴 듯 했다. 건축주의 고민과 마음 씀씀이가 건물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카페 내부 곳곳엔 식물들이 있었다. 대부문의 카페들이 실내 인테리어로 식물을 활용하고 있기에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내 벽면에 '부착'된 식물들이 있다는 점이 조금 달랐다. 살아있는 식물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꾸며진 것으로는 모양새가 훌륭했다. 그래도 내 눈은 조화보다는 살아있는 선인장에게로 향하곤 했다. 테이블은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적당히 떨어져 있어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조용히 즐기기에 좋았다. 그러기 위해선 말소리의 크기도 줄여야 했는데 공간의 꾸밈이 사람에게 그렇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힘이 있었다. 일부 테이블과 의자는 재료나 디자인 면에서도 가치가 뛰어나 보였다. 아내와 함께 편안한 의자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카페라테를 마셨다. 아이는 엄마품에서 잠이 들었고, 정원의 벚꽃가지에는 꿀벌이 날아들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 두 마리가 정원과 건물 주변을 배회하다 사라졌다.

실내에서 바라본 정원의 풍경. 2017.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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