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카페 모카를 주문하면 보통 '위에 휘핑 올려 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기호에 따라 카페 모카에 휘핑 크림을 올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도 집에서 카페 모카를 마실 때 이른바 '휘핑 크림', 정확히 표현하면 '휩트(Whipped) 크림'을 얹을 때가 있다. 그럼 어떤 크림을 쓰는 게 좋을까?
건강에 좋은 것은 (식물성이 좋을 거라는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동물성 생크림에 공기를 섞어 만든 휩트 크림이다. 휩트 크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크림을 직접 거품기로 휘저어 공기와 혼합시키거나 기계를 이용하여 생크림에 가스를 주입해야 한다. 그러면 생크림이 점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어 그제야 커피나 케이크에 장식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동물성 생크림에 공기나 가스를 섞어 만든 휩트 크림은 안타깝게도 쉽게 단단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예쁜 형태로 모양이 잡히지 않는다. 모양을 내더라도 금방 무너지거나 커피 속으로 쉽게 가라앉는다.
그래서 쉽게 단단한 모양을 낼 수 있는 생크림 첨가 상품이 나왔다. 그런데 하필 상품명을 '휘핑 크림'으로 하는 바람에(혹은 '휘핑 크림 올려드릴까요?'라고 묻는 바람에) 적잖은 혼동이 일게 되었다. 상품명 '휘핑 크림'은 기존의 동물성 생크림(혹은 식물성 크림)에 보존성을 높일 수 있는 첨가 물질을 넣은 것이다. 국내에선 거품기로 거품을 낸('휩트'시킨) 동물성 생크림과 보존제를 넣은 동물성 생크림을 모두 휘핑 크림이라 칭하고 있다.
실제 휘핑 크림의 내용물을 꺼내 보면 겉보기엔 일반 생크림과 거의 똑같아 보인다. 휘핑 크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상품의 내용물은 실제로 '거품을 낸 크림'이 아닌 것이다. 이 휘핑 크림을 사서 공기나 가스를 주입해야만 진짜 '휘핑 크림', 아니 '휩트 크림'이 된다. 사실 '거품을 낸 크림'을 뜻할 목적이라면 계속 언급했던 바대로 휩트 크림이라고 해야 한다. 영어권 국가에서 휘핑 크림(whipping cream)이란 유지방을 약 30~35% 정도 함유하고 있는 99%의 유크림에 첨가제를 추가한 것을 가리킨다. 이런 휘핑 크림에 거품을 내면 휩트 크림, 즉 단단한 형태의 크림이 되고, 그제야 케이크나 커피 위에 올릴 수 있는 형태가 된다. 이렇게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것보다는 휘핑 크림으로 만든 것이 그나마 크림의 형태가 일정 시간 동안 잘 잡히는 편이다. 물론 거품을 내지 않은 생크림 혹은 휘핑 크림을 그대로 커피에 사용해도 무방하다.
휘핑 크림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휘핑 크림을 식물성 크림으로 만든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휘핑 크림도 있으므로 시중의 휘핑 크림을 모두 식물성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단 식물성 크림은 '생크림'이라고 부를 수가 없는데, 그 때문인지 제조 회사들은 이 제품에 휘핑 '생크림' 대신 휘핑 '크림'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성분표를 보고 동물성인지 식물성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식물성 크림으로 만든 휘핑 크림은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휘핑 크림과 대체로 반대 성향을 지니고 있다. 즉 식물성 크림은 대개 설탕이 첨가되어 있고, 우유가 아닌 다른 성분(보통 팜유, 대두유)에서 추출한 것이며,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것보다 모양이 단단하게 잘 잡힌다. 또 가벼운 편이라 커피 위에서도 쉽게 가라앉지 않은 채 모양을 잘 유지한다. 가격도 동물성 크림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그러나 트랜스지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으며, 커피와 잘 섞이지 않아서 따로 떠먹거나 덩어리진 크림을 커피와 함께 마셔야 해서 커피의 전체적인 맛과 느낌도 그리 좋지 않다. 적지 않은 수의 카페나 빵가게에서 가격과 크림 성형의 편의성을 이유로 식물성 크림을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들을 생크림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하니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제과점에서 동물성 생크림과 식물성 크림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생크림 100%로 케이크 장식을 만드는 경우엔 재료의 특성 때문에 장식을 단순하게 내고 있다.
우리집엔 휘핑 기구가 없으므로 마트에서 사온 휘핑 크림을 핸드 블렌더로 열심히 휘저은 후 짤주머니에 넣어 커피 위에 올렸다. 이때 거품을 낸 크림에 설탕을 전혀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카페나 빵가게에서 파는 휘핑 크림처럼 단맛이 나지는 않는다.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식물성 크림을 첨가하기도 하는데 나는 보통 코코아 가루를 뿌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맛이나 건강을 떠나서, 동물성 생크림을 선택했을 때 가장 큰 단점은 관리가 어렵고 휩트 크림을 만드는 과정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동물성 생크림은 식물성 크림과 달리 유통기한이 짧아서 대량으로 미리 만들어 둘 수 없다. 휘핑 크림은 유통기한이 보통 한 달 이상으로 생크림보다는 나은 편이니 이쪽을 사용하게 된다. 휩트 크림을 만들어 먹을 때마다 짤주머니에 크림을 넣어서 짜는 것도 다소 성가신 일인데, 막상 하더라도 식물성 크림으로 만든 것처럼 모양이 잘 잡히지 않는다. 휘핑 크림을 선택하면 그나마 좀 낫지만, 그것도 손으로 만드는 데엔 한계가 있어서 최근엔 짤주머니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수저로 휩트 크림을 떠서 덩어리째 커피에 넣고 있다.
그래도 계속 동물성 생크림에 눈이 가는 것은 꼭 건강 때문만이 아니다. 커피와 잘 섞인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동물성 생크림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몇 번 휘져어주면 생크림이 커피에 녹아들고, 그리하여 커피의 맛이 전체적으로 훨씬 더 부드러워진다. 커피를 쓰다는 이유로 싫어했던 사람이라면 동물성 생크림 혹은 휘핑 크림으로 만든 휩트 크림을 커피 위에 얹은 후 살살 저어서 마셔 보길 바란다. 식물성 크림으로 만든, 크림과 커피가 잘 섞이지 않아 크림이 잘게 찢어진 채 둥둥 떠다니곤 하는, 겉모양만을 중시하는 커피에선 느끼기 어려운 그 부드러운 맛에 분명 놀라게 될 것이다.
휩트 크림을 섞어 만든 따뜻한 카페 모카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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