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서 무츠미와 츠네코가 왔다. 츠네코는 두 번째 방문. 우리집에 오기로 하였기에 간단히 저녁을 준비했다. 한꺼번에 여러 요리를 해야했기 때문에 내가 그나마 많이 해봤던 것으로, 잘 할 수 있을 만한 것으로 메뉴를 정했다. 보통 한 번에 한 가지 혹은 두 가지의 요리를 해왔는데 이번엔 네 가지를 준비했다. 허니버터 고구마구이, 잡채, 연어 파피요트, 그리고 바지락 조개탕. 해야 될 게 많았으므로 사전에 대부분의 재료를 다 만들어 놓은 뒤 무츠미와 츠네코가 집에 들른 이후에는 식사 시간에 맞춰 오븐과 전기 레인지로 재료를 익히고 데우기만 하였다. 손님이 오고나서야 재료를 다듬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같이 이야기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게 되어버린다. 오픈 키친처럼 음식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재료가 다듬어진 상태에서야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니버터 고구마구이는 구운 고구마를 적당히 갈라 꿀과 버터를 거의 1:1 비율로 섞은 소스를 발라 완성했다. 일부러 통통한 고구마를 골라서 구웠는데, 그래서인지 200도로 가열한 오븐에서 1시간 가까이 익혀야 먹을 만한 상태가 되었다. 맛에 큰 차이가 없다면 오븐에서 익히기보다는 끓는 물에 중탕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바지락 조개탕은 그냥 평범하게 완성. 잡채가 조금 문제였는데, 욕심을 부려 거의 10인분 정도의 분량을 만들다 보니 소스를 적당히 넣질 못하여 맛이 다소 싱겁게 되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시금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잡채를 만들 때 시금치 한 단을 전부 집어 넣었는데, 시금치 특유의 향이 너무 강해서(보통 잡채를 만들 때 시금치에도 양념을 하는데 난 하지 않았다) 먹기에 불편한 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일본분들에게 그 향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연어 파피요트는 레몬의 쓴맛이 항상 문제다. 레몬 쓴맛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 다음엔 그 요소들(레몬 껍질, 레몬 씨앗, 심지어 레몬 껍질 바로 안쪽의 하얀 조직)을 제거한 뒤 만들어 봐야겠다. 어쩌면 레몬의 오렌지색 과육만 따로 덜어내어 잼처럼 만든 뒤 연어 위쪽에 골고루 발라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본 요리보다는 디저트로 준 아메리카노와 카페 모카의 반응이 더 좋았던 듯하다. 휩트 크림을 올릴 준비를 하다가 일부를 바닥에 흘리는 내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코코아를 너무 많이 뿌린 커피를 그대로 마시다가 재채기를 하고 만 무츠미의 예고된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기 때문이었을까?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