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의 도어 클로저(도어 체크)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있었다. 문이 스스로 닫힐 수 있도록 도어 클로저의 속도 조절 나사를 돌려 유압을 설정하면 현관문에 박은 고정 나사가 현관문을 강하게 잡아당기려는 도어 클로저의 힘을 버티지 못하여 조금씩 풀어지곤 했던 것이다. 심한 경우 나사가 갑자기 튕겨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원래 나 있던 구멍에 다시 나사를 집어넣어 고정시켜주곤 했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자 철판이 점차 헐거워져 나사를 제대로 박을 수조차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니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현관문에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매달려 있던 도어 클로저에게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이제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다. 유압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철판에 뚫려 있는 나사 구멍이 헐거워진 게 문제였으므로 철판에 새로운 구멍을 내는 게 가장 좋은 방책이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일반 공구로 철판을 뚫을 자신이 없었으므로 우선 플라스틱 앙카를 이용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구멍에 딱 맞는 앙카가 없었다. 앙카를 망치로 쳐서 구멍에 밀어 넣어 보려 했지만 애꿎은 앙카만 구부러질 뿐이었다. 그래서 2차 계획으로 글루건을 구멍에 쏜 뒤 좁아진 구멍 틈으로 나사못을 끼워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 방식도 실패.
마지막으로 전동 드릴의 회전력과 나사못의 강도를 이용해 우격다짐으로 철판에 구멍을 내보기로 했다. 휴대용 전동 드릴에 나사못을 끼운 뒤 있는 힘껏 철판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러자 생각보다 수월하게 나사못이 철판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사못 두 개까지는 그런 식으로 쉽게 풀어나갔으나 세 번째부터는 철판이 뚫리지 않았다. 내 체력이 많이 빠진 상태였고, 무엇보다 휴대용 전동 드릴의 배터리가 거의 남아있질 않아서 드릴에 충분한 회전력이 나오질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배터리 충전을 기다리면 되었지만 30분 넘게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예전에 다이소에서 사온 송곳이 생각났다. 저렴하게 사온 것이기 때문에 부서져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으로 송곳을 철판에 댄 뒤 망치를 이용해 내리쳤다. 몇 번 반복하자 현관문의 철판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구멍이 어느 정도 생기자 나사못은 쉽게 들어갔다. 나머지 한 개의 나사못도 그런 방식으로 박으려고 했으나 이전 작업에서 송곳 끝이 무뎌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나사못 3개를 제대로 박아 넣자 도어 클로저는 강한 힘을 주어도 흔들리거나 떨어지지 않은 채 제대로 현관문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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