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독감(AI)으로 한창 시끄러웠을 때 마트에서 파는 닭을 한 마리 사왔었다. AI 바이러스는 70도 이상에서 일정 시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한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기에 설령 감염된 닭이라 해도 잘 익히기만 하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돼지고기도 있고 소고기도 있지만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해동하여 먹기에 닭고기만 한 게 없었다. 어릴 적에 특별한 날이면 양념통닭을 시켜 먹던 기억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유년 시절의 경험이란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닭볶음탕을 할 때는 야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자와 당근을 꼭 넣는데, 마침 집에 채소가 부족하여 감자와 당근을 함께 사왔다. 감자와 당근은 모두 무게당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개수로 따지자면 감자는 한 개에 대략 1,500원, 당근은 한 개에 1,600원 정도였다. 예전과 달리 매우 높아진 가격이었다. 아내는 내가 말해준 가격에 깜짝 놀라며, 자신이 장을 보았으면 이들을 사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난 닭볶음탕에 감자와 당근을 넣어야 한다는 걸 더 중시했다(대신 요즘엔 플레이크를 사지 않는다). 이번에 그때 사온 야채를 잔뜩 풀어 넣었다. 평소엔 감자를 하나만 넣었지만 이번엔 큼지막한 감자를 두 개나 넣었다. 당근도 평소엔 절반을 잘라 넣었지만 이번엔 한 개를 전부 넣었다. 닭을 살 때도 다른 것보다 20% 정도 더 비싼 토종닭을 샀으니 제법 거한 만찬을 한 셈이다. 닭이 8,000원, 감자 두 개에 3,000원, 당근 한 개에 1,600원이니 이 세 가지 재료값만 해도 12,600원이다.
여기에 양파 반개와 새송이 버섯 한 개를 더 넣었고, 소스를 만들기 위해 진간장, 설탕, 올리고당, 고추장, 다진 마늘을 넣었으니 재료 비용은 더 상승한다. 그것뿐인가. 40분 동안 가동시킨 전기레인지의 1,800와트 소비전력과 요리 및 설거지하는 데 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기본 비용은 더 올라간다. 외식 비용 못지 않게 집안 식탁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겨울철이라는 걸 감안하긴 해야겠지만 말이다.
닭볶음탕의 좋은 점 중 한 가지는 설거지거리가 다른 요리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밥그릇 두 개와 숫가락, 젓가락 두 쌍, 그리고 작은 접시 한 개 외에는 설거지를 할 게 없었다. 야채를 대강대강 큼지막하게 썰어도 된다는 것 역시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다. 이러니 내가 닭볶음탕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맛은...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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