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암막 커튼, 차광률 99.8%라는 이상한 결과물의 이유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1. 13. 20:14

본문

봄이 되면 거실 창으로 직사광선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집안으로 들어오는 의도치 않은 직사광선은 가구의 변색, 내구성 저하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암막 커튼을 사서 달기로 했다. 주문했던 것은 차광률 99.8%의 시험 성적서를 자랑하는 직물 업체의 제품이었다. 

 

그런데 막상 해당 제품을 구매하여 달아보니 빛의 투과율이 생각보다 높았다. 암막 커튼을 가까이서 살펴 보니 직물이 얼기설기 엮여 있어 빈 공간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직사광선도 아닌 난반사된 빛이 이 정도로 암막 커튼에 비친다면 직사광선은 더 강하게 투과될 것이 당연지사였다. 해당 업체는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받았다는 빛 차광률 99.8%의 시험 결과를 작은 이미지로 첨부하고 있었는데(이미지가 너무 작아 각각의 단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가 무엇을 기준으로, 무엇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궁금했다. 지금 암막 커튼으로 보이는 빛을 보면 99.8%라는 시험 결과는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커튼이 이중으로 덧대어진 부분(커튼 가장 바깥쪽의 마감 부분)은 빛이 거의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만큼은 99.8%의 차광률이라는 업체의 광고가 그럴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 부분은 커튼 마감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암막 커튼의 차광률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할 수 없다. 

 

예상컨대, 암막 커튼의 차광률 시험은 일정 범위의 직물이 아니라 한 오라기의 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해당 암막 커튼을 자세히 보면 각각의 씨실과 날실은 빛 차광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실 자체의 빛 차광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커튼을 만들 때 엉성하게 누빈다면 암막 커튼 전체의 빛 차광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판매 업체는 물론 해당 시험을 주관하는 공공기관 역시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안이함은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생각보다 낮은 차광률 때문에 환불을 할까 했으나 다른 회사의 다른 제품 역시 차광률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사용하기로 하였다.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엔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시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차광률'이라는 막연한 수치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빛의 투과 정도를 감안하여 암막 커튼을 제작하는 회사가 있을 테지만, 그런 회사를 찾는데 들일 시간과 그에 상응할 것이 분명한 높은 가격을 감안하기로 했다. 적당히 넘어가지 않으면 편안하게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부디 이 암막 커튼이 봄이 되면 집으로 들어올 직사광선을 99.8%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막아줄 수 있기를.

 

빛 차광률이 99.8%라고 광고 중인 암막 커튼을 설치한 모습. 커튼의 마감부와 다른 부분의 빛 투과율이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해당 암막 커튼의 근접 사진. 각각의 씨실과 날실은 빛 차단률이 높으나 직물 자체에 빈 공간이 많아 상당수의 빛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