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현상사에 맡겼던 호구의 수리가 일주일만에 완료되어 집에 도착했다. 커다란 종이 상자를 열어 보니 각 부위별로 비닐에 싸여 있는 호구가 보였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염색이었다. 원래는 가죽 부위에만 하기로 되어 있던 짙은 푸른색의 염색이 천을 포함한 호구 전체에 되어 있었다. 덕분에 가죽 부위에만 염색할 때 발생하는 기존 포목 부위와의 이질감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면금 테두리의 소가죽(멘부치) 역시 칠이 다시 된 상태로 왔다. 사실 면금 테두리의 가죽 칠은 호면을 9년 넘게 사용한 걸 감안하면 떨어져 나간 부위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상태가 좋았는데, 수리를 맡기는 김에 할 수 있는 건 하고자 하여 칠 주문을 했다. 기존의 방식처럼 붉은색과 검정색의 두 가지 칠이 되어 왔는데, 붉은칠은 통상의 밝은 적색이 아니라 다소 어두운 와인 빛깔로 도포되어 있었다. 그 빛에 호면이 다소 묵직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부족한 점이 없지는 않았다. 호면의 소금기를 충분히 제거한 뒤에 염색을 해야 하는데 그 공정이 미흡했는지 옆머리 쪽으로 하얀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염색약의 물기가 날아가면서 소금기가 처음보다 더 두드러지게 된 것 같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호면에서 가장 중요한 수선은 날개(멘다레)의 길이를 줄인 일이었다. 가끔씩 어깨를 움직이는 데 불편함을 느꼈었고, 또 호면 날개 끝부분의 천이 조금 닳아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 기회에 길이를 적당히 줄이고자 했다. 길이를 줄일 때 기존에 실로 꾸며 놓은 장식을 살리려면 추가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잘라낼 날개 길이만큼 장식을 풀었다가 다시 꿰매야 한다) 장식까지 함께 잘라 내기로 했다. 호면을 분해하여 재조립하지 않고 날개의 끝부분만 잘라 내어 길이를 줄였는데, 그 때문에 테두리의 가죽 마감(헤리가와)이 한 덩어리로 되지 않고 두 부위로 나뉘게 되었다. 호면을 분해하여 날개 부위의 테두리 가죽을 전부 벗겨내지 않는 한, 날개 가장자리를 통가죽으로 마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죽이 나뉘는 부위를 호면 날개의 앞쪽 모서리 부분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수선하기도 한다), 세현상사는 기존 가죽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수선을 했다. 그래도 전체 염색 덕분에 기존 포목 부위와의 이질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외에 갑의 가장자리 가죽끈이 끊어진 것과 가슴 장식의 노끈이 일부 풀린 것, 그리고 호완의 손바닥 가죽에 구멍이 난 것도 수선을 받았다.
오랫동안 사용한 것치고는 호구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었는데, 전체 염색을 포함한 수선을 받자 이제 다소 새것 같은 모양새가 나왔다. 수선에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았고 상당수는 업체의 A/S 정책에 따라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세현상사의 사후 관리에 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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