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트에서 '우리 아이에게 좋다'는 표현이 적혀 있던 어묵을 하나 사왔다. 좋은 재료를 써서 그런 표현을 했겠지, 하며 카트에 넣은 것이다. 그런데 며칠 뒤 설거지를 하며 옆에 꺼내 놓은 그 어묵의 포장지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겉면에 '카놀라유를 사용했다'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자랑이 덧붙여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카놀라유를 사용했다는 업체의 '자랑'을 당혹스럽게 생각한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카놀라유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포화지방산이 모든 식용유 가운데 가장 낮으며, 올레인산 함량이 높아 성인병에 걸릴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도 있어서 팜유와 대두유 다음으로 저렴하니, 사람들이 식용유로 카놀라유를 선호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카놀라유는 GMO, 즉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다. 카놀라유의 원재료인 유채씨는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에루스산(Erucic acid)이 들어 있어 본디 식품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대신 다른 식물성 기름에 비해 점도가 높고 산화중합이 잘 일어나지 않아 공업용 윤활제로 사용하곤 했다. 그러던 것이 유전자 변형이라는 '축복'을 받으며 음식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니, 캐나다에서 유채씨의 유전자 변형을 통해 에루스산의 함량을 획기적으로 줄여낸 것이다. 그래서 '에루스산 함량이 낮은 캐나다산(Canadian Low Erucic Acid)' 유채씨라는 뜻의 '카놀라(Canola)'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카놀라에서 추출한 기름이 바로 카놀라유다. 1
우리가, 적어도 내가 저렴한 대두유나 옥수수유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대표적인 GMO 식품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업체에서 '식물성'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려 해도 '유전자 변형'이라는 원죄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GMO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관점은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카놀라유를 사용해서 건강에 좋다'라고 광고하는 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그런 식이라면 저렴한 정제 콩기름 역시 불포화지방산이 높아서 건강에 좋은 기름이라고 광고해야 할 것이다. 아니, 최소한 "아이들에게 좋은"이라는 표현은 빼야하는 것 아닌가?
식용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압착유와 정제유다. 압착유에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참기름, 들기름 같은 것들이 있다. 살짝 볶은 후 압착해서 기름을 짜낸 것이다. 정제유는 그렇게 압착 방식으로 짜낸 뒤 남은 원료에 탈색, 탈취, 탈산 등의 화학적 정제 과정을 추가로 가하여 만들어 낸다. 콩기름, 카놀라유, 포도씨유, 올리브유가 대표적이다. 발화점이 낮은 압착유는 굽거나 튀길 때 사용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정제유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 중에서도 GMO와 관련이 없는 제품을 고르려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런 심리를 알고 있는 업체들은 오히려 그 심리를 이용해 소비자를 현혹한다. 실제로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재료를 쓴 것처럼 보이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GMO 원료에서 추출한 식용유이면서도 아이들에게 좋다고 광고하는, GMO 콩을 사용했으면서도 국내에서 제조했기 때문에 국내산 콩이라 광고하는 업체들의 이런 말장난은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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