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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장비 용어 - 일본 용어의 이해와 올바른 사용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6. 11. 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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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장비는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따져 구매하고자 하면 알아둬야 할 것들이 많다. 이때 구매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 중의 하나가 검도 장비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고 있는 여러 표현들이다. 호구는 수제품에 단단할수록 좋다고 했던 기존의 단순한 인식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와 관심에 따라 변한지 오래이고, 이제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호구와 관련된 여러 용어들은 여전히 상당수가 일본어나 조어로 되어 있고 동일한 것을 가리키는 데도 여러 단어를 혼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울 주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고 있는 몇 가지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바느질 폭(간격)과 바느질 길이

검도 장비의 상세 구성을 확인하다 보면 '사시'라는 단어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일본어인 '사시'는 꿰매는 걸 의미하고, 따라서 우리말인 '바느질' 혹은 '누빔'으로 표현해도 큰 무리는 없다. 검도 보호구는 기본적으로 바느질 작업을 통해 완성되므로 장비 구매를 위해선 바느질 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선 바느질의 폭(간격)과 길이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바느질 폭은 '푼'과 'mm'로 나누어 표기하는데, 보통 수제 호구는 '푼[각주:1]'으로, 재봉틀 호구(흔히 '미싱 호구'로 표현)는 'mm'로 표기한다. 여기서 바느질의 폭은 한 줄의 바느질을 끝낸 뒤에 그다음 줄의 바느질을 시작할 때까지의 거리, 즉 줄과 줄의 간격을 의미한다. 바느질 길이는 천을 바늘로 한 번 꿰고 난 뒤에 그다음 바느질을 할 때까지의 거리, 즉 땀과 땀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바느질의 폭과 길이가 짧을수록 호구가 단단하고 뻣뻣해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여기서 바느질 길이는 호구의 내구성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2. 테자시[手刺し]

단어 그대로 '손으로 꿰매다', 즉 수작업, 수제를 뜻한다. 일본어 '사시'는 앞단어와 연결될 때 탁음인 '자시'로 바뀔 때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일본음 표기 시에 이 부분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각주:2]. 테자시는 수작업, 손바느질, 손누빔 등으로 바꾸어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손누빔(테자시)에는 크게 '텐자시'와 '나가자시'가 있다. 여기서 손누빔(테자시)과 텐자시는 일본어 발음이 비슷한 탓에 국내에서 같은 의미로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밑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뜻이 다르므로ㅡ단순한 발음 차이가 아니다ㅡ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3. 나가자시[長刺し]

단어 뜻대로 '길게' 꿰매는 기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나가사시' 혹은 '나카사시'로 쓰고 있다. 일부에선 '나가자시'와 동일한 의미로 '긴사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말인 '길다'와 일본어인 '사시'를 합한 것으로 정통어법에 어긋난다. '긴 누빔', '긴 바느질' 정도로 쓰는 게 좋을 것이다.

 

긴 누빔(나가자시)은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바느질 기법으로, 표면에 노출되는 실의 길이가 한쪽은 짧고 반대쪽은 길다. 우리나라에서 '한 올 뜨기'라고 표현하는 방법과 비슷한 바느질 방식이다. 한쪽은 점처럼 짧게 누비고 반대쪽은 길게 누비기 때문에 앞면과 뒷면에 보이는 실의 형태가 다르다. 또한 바늘이 직물을 직각으로 꿰기 때문에 다음에 설명할 텐자시 방식보다 직물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조이게 되고, 그리하여 여러 겹으로 놓여 있는 천들을 텐자시에 비해 더 단단하게 엮게 된다. 바느질 기법이 단순하므로 제작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오래전엔 단단할수록 더 고급 방어구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텐자시보다는 긴 누빔 방식을 선호했었다. 또한 제조사에서도 만들기에 더 간편하고 비용이 덜 드는 긴 누빔을 선호하여 시중에 많이 유통하였다.

 

 

4. 텐자시[点刺し] 

우리나라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은 용어이지만 일본을 비롯한 타국에서는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우리나라에선 텐자시 대신에 '혼사시'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단어 뜻대로 '점'처럼 꿰매는 방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점 누빔' 정도로 바꿔 쓸 수 있다. 

 

직물 표면에 보이는 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 점처럼 표현하기 위해 직물을 비스듬하게 뚫고 지나가며 바느질을 한다. 그리하여 앞뒤 표면에 보이는 실 길이가 동일하며 눈에는 점의 형태로 보인다. 나가자시보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더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실이 조금만 보이기 때문에 타격 등으로 인한 실의 손상이 잘 발생하지 않으며, 직물에 공기층이 더 많이 들어가(긴 누빔에 비해 직물의 압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더 유연하고 충격 흡수에 좋다. 

 

직물 뒷부분의 바느질에서 알 수 있는 텐자시(좌)와 나가자시(우)의 차이점.

 

5. 혼사시

이 용어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인다. 어원은 일본어로 '주된' 혹은 '정식의'라는 뜻의 접두사인 '혼[本]'으로 보인다. 즉 '주된 누빔', 혹은 '정식 누빔' 정도가 본래 의미였던 듯하다. 지금 국내에서는 본래 의미와 다르게 텐자시, 즉 점 누빔(텐자시)을 뜻하는 단어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점 누빔과 상통하는 일본어로 텐자시가 있으므로,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혼사시보다는 텐자시 혹은 우리말인 점 누빔을 쓰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6. 미싱자시[ミシン刺し]

바느질을 기계를 이용하여 하는 것. 우리나라 검도계에선 보통 '미싱'이라는 표현을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데 미싱은 우리나라 말로 재봉틀을 뜻한다. 기계로 하는 작업이므로 아무래도 수작업 방식과 비교를 하게 된다. 같은 바느질 폭의 수제와 비교할 때 바느질 길이가 수작업 방식보다 짧은 편이어서 수제에 비해 호면의 포목(대부분 '면부동'이라 표현)이 얇고 전반적으로 딱딱한 경향이 있다.

 * '면부동' 역시 일본어인 후통(布団)에서 나온 말로, 한자식 표기인 '면'과 일본어인 '후통'이 '부동'으로 변해 합쳐진 말이다[각주:3].

 

 

7. 피치자시[ピッチ刺]

영어의 'Pitch'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피치사시'라고 한다. 기계로 바느질하는 '미싱자시' 방식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예전의 기계 바느질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긴 바느질 길이를 적용한 것이다. 바느질의 길이는 '피치자시' 방식으로 제작하는 회사마다 다르나, 보통 수작업 시의 바느질 길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긴 편이다. 바느질의 길이가 길어져 직물을 누르는 실의 압력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에 면부동을 구성하는 직물의 두께가 더 두꺼워졌다. 따라서 충격 흡수율이 좋아졌으며 동시에 유연성도 증가하였다. 그러나 늘어난 바느질 길이만큼 실이 외부에 더 길게 노출되기 때문에 충격에 의해 실이 끊어질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실을 길게 꿰맸다는 이유로 비슷한 방식인 긴 누빔(나가자시)과 같은 것으로 혼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수작업인 긴 누빔과 기계작업인 피치자시는 바느질의 원리 차체가 다르기 때문에 실이 누벼지는 방식이 상이하고, 따라서 겉에서 보이는 실의 누빔 형태도 다르다. 피치자시는 포목의 양면에 실이 길게 드러나고, 긴 누빔은 한 면(뒤쪽)에만 실이 길게 드러난다.

 

피치자시는 기계를 이용한 바느질이지만, 보다 나은 기술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기존의 기계식 바느질보다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으며, 제작에 공을 더 들였다는 일부 피치자시는 수작업 바느질 방식보다도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자신들이 피치자시 방식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모 회사는 피치자시의 실이 끊어지는 일은 당사의 피치자시를 흉내낸 다른 회사들의 제품에서 자주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오리지널 피치자시'는 특수하게 개발한 실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오랜 연구 끝에 알아낸 최적의 바느질 길이를 적용했기 때문에 실이 잘 끊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8. 후쿠로누이[袋縫]

우리나라에서 흔히 '봉투사시'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용어이다. 봉투사시는 우리말 '봉투'와 일본어 '사시'를 접합한 말로 역시 정통어법에 어긋나는 말이다. 이는 후쿠로누이에서 '후쿠로'를 한글로 번역한 뒤 일본어와 합한 것이다. 후쿠로를 번역하면 '봉지'라는 뜻이 된다. '봉지 누빔' 혹은 일본 발음 그대로 '후쿠로누이'라 부르는 게 좋을 것이다. 

 

봉지 누빔은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 직물의 끝을 마감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로, 검도 장비의 경우엔 직물의 끝단을 가죽으로 마감하지 않는 경우에 이 방식을 사용한다. 직물의 양쪽 끝부분을 맞대어 누빈 뒤 안쪽으로 접어올려 마감하는 주머니(봉지) 제작 방식과 비슷하다고 하여 '봉지'라는 말이 붙었다. 우리나라에선 통솔(French seam) 방식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여러 검도 장비에 대한 제대로 된 용어 정립이 필요하다. 차후 대한검도회에서 이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한 푼은 한 치의 10분의 1로, 약 0.3cm에 해당한다. [본문으로]
  2. 우리나라는 일본어의 탁음과 관계 없이 '사시'로 통일하여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올바른 표현법은 아니다. 예) 오리자시(O), 오리사시(X) / 나가자시(O), 나가사시(X) [본문으로]
  3. 일본에서는 '멘부통'이라고 한다. '멘부통'은 얼굴을 뜻하는 일본어 '멘'과 포목을 뜻하는 일본어 '후통'이 합쳐져 '멘후통'이 되었고 , 이후 탁음 변화에 의해 '멘부통'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선 '멘'을 한자식으로 바꿔 '면'이라 하고, '부통'은 발음하기 편하게 '부동'으로 바꾼 후 '면부동'이라 쓰고 있다. 따라서 이 역시 정통 어법에 어긋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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