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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B급 좌파>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06. 4. 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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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좌파'라는 말에 들뜨던 시기가 있었다. 그 들뜸이 심했는지, 같은 수업을 듣던 한 사람은 나를 '대학 내 용공 세력'이라며 강하게 공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난 그리 심하게 내 생각을 주장하지도 않았고, 그리 심하게 좌파 사상에 심취해 있지도 않았다. 그가 왜 그렇게 내 글에 흥분했는지 지금도 의아스럽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우리나라에 아직도 <좌파 = 공산주의 = 친북세력>이라는 기이한 등식이 성립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사회는 아직도 유럽의 좌파 정당과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 혹은 민주사회주의라는 말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극우 보수언론은 여론의 공격을 받고 있고, 색깔 논쟁은 이제---그나마---많이 수그러든 상태이며, 이 <B급 좌파>와 같은 책들이 꽤 인기를 끌며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좌파이긴 좌파인데 B급이라. 대체 이 책은 무슨 주장을 하려는 걸까?

 

난 아직 '불온한 사람'은 아니라서 그런지, 이 책의 저자인 김규항 씨의 모든 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의 훌륭한 지적에 감탄도 했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하는 것도 있었다. 어쨌든 그가 쓴 여러 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꼽으라면, 난 <교양> 을 들 것이다. 그 글은 "교양이란 많은 잡다한 지식을 알고, 우아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하다.

 

"교양이란 무엇인가. 교양이 문화적인 지식이나 감정표현의 절제, 우아한 말과 행동 따위라는 생각은 봉건적이다. 그것은 결국엔 맨 얼굴이 될 유한계급의 사회적인 메이크업일 뿐이다. (...) 아마도 교양이란 '사회적인 분별력'일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그 뜻과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반드시 자기 힘으로가 아니어도), 그게 교양이다. 그걸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다." * <B급 좌파>, 교양.

 

2006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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