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당연한 일을 말하는 방법

본문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일은 평소 고민해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나이를 먹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멋지고 지적이며 고상한 표현을 써야 한다는 믿음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는 좋았던 것을 그저 좋았다고 표현하는 것에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낀다.


지식인이나 문학가는 그런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는 소설가나 시인이 쓴 여행기나 수필에 무언가 특별한 내용이 있을 거라고(혹은 특별한 내용이 있어야만 한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들이 좋았던 것을 그저 좋았다고 말하면 실망을 하고 만다. 그런 당연한 소리는 소설가나 시인이 할 만한 성질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뻔한 소리를 한 글쓴이의 작가 정신을 의심한다. 하지만 분명 문학가들도 좋은 경치를 보고 나서 그저 좋았다라고 표현할 자격이 있다. 그럼 혹자는 말할 것이다. 문학성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일기 같은 글을 쓰는 건 작가의 자유이나 책으로 펴내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하지만 그건 얘기가 잘못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그 책을 읽지 않는 게 올바른 방식 아닐까. 작가는 눈높이에 맞는 독자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좋았던 경험을 단순히 좋았다고 표현했을 때, ‘이런 것도 글이냐’ 하고 생각하기 보단 ‘요즘 같은 세태에 참신하구나’ 하고 생각하는 편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글은 이렇게 썼지만 이 짧은 글을 쓰기까지 몇 달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서 언급했듯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