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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반할 멋진 아침을 준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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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깔끔하고 세련된 사람을 한번 상상해 보았다.

「새벽 네 시. 오늘 외근이 있는 그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 달리기로 아침을 시작한다.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 입은 뒤 간단한 세안 후 가볍게 집 주변을 뛴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물을 한 잔 마시고 욕실로 들어간다. 샤워를 하고 털이 부드러운 순인 뺨부터 시작해 목, 턱, 코밑 순으로 면도를 한 후 스크럽을 이용해 모공의 각질을 제거한다.
 
욕실에서 나온 그는 손의 보습을 유지하기 위해 핸드 릴리프를 바르고, 비타민C 훼이셜 스프리츠를 얼굴에 차분히 뿌린다. 또한 무릎과 팔꿈치에 가끔씩 일어나는 각질을 제거하기 위해 소프트 쿠르를 문지른다.

인터넷으로 정치, 경제에 관한 간단한 소식들을 접한 뒤 쇼팽의 마주르카와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을 들으며 아침을 준비한다. 건강한 몸을 위해 오늘도 맞춤 식단대로 음식을 준비한다. 100g의 현미 플레이크, 100g의 호밀 빵, 100g의 잉글리시 머핀, 15개의 프렌치 프라이, 1/2컵의 데친 브로콜리, 1개의 사과, 감자 샐러드, 데친 당근.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인애플을 꺼내 깎아ㅡ그는 미리 깎아 놓지 않는다. 미리 깍아 놓으면 파인애플에 함유되어 있는, 암과 심장병을 예방해 주는 카로티노이드가 25% 손실되기 때문이다ㅡ식탁에 올린다.

식사를 마친 그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밀폐 용기에 담아 두었던 원두를 꺼낸다. 원두의 결이 소금만큼 고와질 때까지 빻은 다음 풍미를 돋우기 위해 그 위에 계피가루를 뿌린다. 증류수를 사용해 커피를 내리고 나서 잔에 커피를 따른다.

이제 그는 옷을 입는다. 오늘은 외근이므로 그에 어울릴 만한 옷을 선택한다.  베이지 컬러의 울과 실크가 혼방된 부드러운 소재의 니트 티셔츠를 안에 입고 세련된 라인을 갖춘 캐시 미어와 모직 혼방된 재킷을 그 위에 입는다. 따뜻한 베이지색 컬러 바지를 입고 카멜 컬러의 스웨이드 벨트로 마무리를 한다. 옷을 입은 그는 손으로 왁스를 충분히 푼 뒤 머리릐 모양을 낸다.

외출 준비가 거의 모두 끝났다. 이제 그는 자신이 한 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놓았던 남호주산 레드 와인을 즐기기 위해 한 손에 든 신문을 읽으며 부엌으로 걸어간다. 와인 오프너로 코르크 마개를 딴 후 슈피겔라우 디켄터에 따른다. 그리고 다시 샴페인 바틀 크로우저로 와인을 봉한다. 와인을 따라 마신 후 글라스를 내려 놓는다. 유리끼리 부딪힐 때 나는 가볍고 차가운 마찰음이 아침을 아침답게 만든다고 그는 생각한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한 뒤 마지막으로 등 뒤쪽에 밝고 활동적인 시트러스 타입 향의 향수를 뿌린다. 이제 그는 스웨이드 소재의 착용감이 편안한 모카신을 신고 노트북을 왼손에 든 채 집을 나선다.

그는 외근을 끝내고 나서 그의 애인을 볼 것이다. 그녀는 어쩌면 그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단지 그가 원래 그렇게 깔끔한 외모를 지닌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해 보이는 그 무엇에도 들여다 보면 많은 공이 담겨 있는 것이다.」

난 여기까지 쓰고 멈추었다. 그리고 내가 묘사한 저런 남자가 실제로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에게 '무슨 로션을 발라라', 혹은 '옷을 어떻게 입어라'하며 조언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단지 그의 완벽함에 감탄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난 종이컵에 인스턴트 커피를 부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은 뒤 작은 스푼으로 천천히 휘저었다. 분명히 난 내가 묘사했던 그와는 달리, 원두보단 이런 인스턴트 커피에 더 맛을 느꼈다. 건강에도 별로고 피부에도 안 좋고 향도 별로고 고급스럽지도 않고 가격도 싼. 어떤 사람은 이런 커피를 마시는 나를 저급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소설 『도쿄 타워』의 토오루가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한 말을 떠올렸다.

"간단하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1)

난 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그 뒤로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1) 에쿠니 가오리 저, 신유희 역.『도쿄 타워(소담출판사, 2005)』, 11쪽

 

 

200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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