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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관해 말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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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예언자를 알고 있다. 그녀는 꿈을 통해 미래를 본다. 나는 점을 믿지 않았지만 그 예언자의 꿈 이야기는 들었다. 때론 그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건 그녀가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 아니라 꿈과 환상을 잃지 않은 예언자였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론 내가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는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그 꿈 속엔 내가 있었다. 그건 고마운 일이었다. 어떤 예언자도 자기와 아무 관계도 없는 하잘 것 없는 인간을 꿈꾸지는 않으니. 나는 속으로 감사를 전했다.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라니. 당신은 더 멋진 일을 해야 되요. 날 떠나버린 만큼."

그때 문득 예언자 프리다1)가 떠올랐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가끔 수많은 꿈 중에서 어떤 사람은 실제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곤 해요." 이런 글도 떠오른다. "그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요. 단지 꿈만 꾸었지요." 포르투갈 대사가 그녀를 표현할 때 한 말이다. 꿈꾸는 사람과 현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은 어떤 관계가 있더라? 현실성 없는 아르바이트란 말인가? 꼭 나를 두고 한 말같아 묘한 느낌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난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이런 시대에 용케 살아남아 무언가라도 하고 있다니. 게다가 아르바이트. 그건 영원한 직장, 곧 안주가 아닌 자유를 의미하는 것.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예언자는 꿈을 꾼다. 그러나 그 풀이는 나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곧, 나는 내가 대견스러워졌다.

1) 마르케스의「꿈을 빌려 드립니다」에서 나오는, 꿈을 통해 미래를 보는 여인

 


200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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