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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표현하는 어떤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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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령 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녀는 브레히트보다는 네루다의 시를 좋아해요. 그리고 크림 커피보다는 헤이즐넛 블랙 커피를 좋아하죠.> 이런 방법은 듣는 이로 하여금 상대에 대해 상상하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다. <그는 매일 밤 안락 의자에 앉아 콜트레인의 음악을 듣지요.> 꽤 감상적이고 멋진 방법이 아닌가.


또 직접적으로 서술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번호 1번부터 100번까지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는 것이다. <1.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2.당신이 가장 슬플 때는? 3.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은? 4.좋아하는 단어는? ……> 나는 물론 이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려고 노력을 해본 적이 있는데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 적으면 되는 건데, 나란 인간은 도대체 '좋아하는'과 '싫어하는'의 구분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 친구가 '뇌바톤'이라는 걸 하라고 준 적이 있는데, 나의 성향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몰라 결국 포기한 기억이 있다. 나는 무언가를 딱딱 잘라 말하기 보단 상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편하다. <저는 바나나도 좋아하지만 사과가 더 좋아요.> 그럼 무엇보다도 상대방이 나에게 사과만 권한다거나, '저 사람 앞에선 바나나 얘길 하면 안되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걸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무슨 방법에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제일 처음 얘기한 방법이 괜찮긴 하지만, 실제 사람들에게 쓰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에게선 비누 냄새가 난다'라고 했는데, 실제 만나 보니 전혀 나지 않던걸요? 땀 냄새밖에 안 나던데.> 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러니 작가들이란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작가들이 그들 소설의 작중 인물에 대해 어떻다 라고 말하면, 우리는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몬드리안의 그림을 좋아했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가 확실히 몬드리안의 그림을 좋아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작가란 참 속편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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