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 살면서 책만 읽고 살라고 한다면 정말 좋겠다. 나는 언제나 ‘책읽기’에 주려온 사람이다. 언제 한번 원없이 정말 책만 읽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세상에 더 이상 바랄것이 없을 것만 같다. 나는 맛있는 음식도, 좋은 옷도, 비싼 집도 싫다. 내가 원하는건 그저 책을 사도 내 호주머니 사정이 그리 불안하지 않을 만큼의 돈, 책을 충분히 읽고 살아도 걱정이 그리 많지 않을 만큼의 돈을 벌고 살면서 옷은 책을 읽고 있을 때 불편하지 않은 옷, 집은 책을 펴 놓을 상 하나 펼쳐 놓으면 그것으로 더 이상 들여 놓을 것 없는 집. 1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정말 책만 읽는 시간만이 주어지기를, 맛있는 음식도, 좋은 옷도, 비싼 옷도 필요없으니, 오직 책을 사고 읽을 정도의 돈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책을 펴놓고 상하나 펼쳐 놓으면 그것으로 더 이상 들여 놓을 것이 없는 집, 이런 집을 원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공선옥 씨를 좋아한다. 소설가 공선옥뿐만이 아닌 인간 공선옥을 좋아한다. 물질문명과의 이별을 고한(그녀는 현대의 불필요한 물질과 조우조차 한 적이 없기에, 어쩌면 이별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길에서,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고매한 정신이 느껴졌다. 게다가 자신이 읽은 책들은 쌓아두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줘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니, 그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다(그 사람들 중의 하나가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 베풂의 자세는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누구나 책을 읽고 또 그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추구한다. 책을 읽는 이유,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공선옥 씨의 수필을 통해서, 적어도 난 공선옥 씨가 책을 읽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닮아가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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