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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그리고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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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음악가, 화가……. 그 모든 예술가들이 불우하게 살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 이건 영원히 되풀이되는 물음을 다시 묻게 한다. 우리는 삶 전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 // (…)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 /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1)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천문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흐는 밤이 되면 유심히 별을 관찰하곤 했으며 그의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별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고흐는 그간의 관찰을 통해 별이 묘사된 세 점의 유명한 작품을 남기게 되는데『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1888)』과『별이 빛나는 밤(1889)』, 그리고『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별이 반짝이는 밤(1890)』이 그들이다. 


『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별이 반짝이는 밤』에서 달은 실제로는 결코 나타날 수 없는 위상을 한 채 뒤집혀 그려져 있다.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북두칠성은 북쪽이 아닌 남서쪽에서 바라본 모양으로 그려져 있고『별이 빛나는 밤』에서 별들은 빛의 점이 아니라 소용돌이 모양으로 묘사되고 있다. 오랫동안 별을 바라보던 고흐가 어떤 감성으로 인해 달과 별을 그렇게 묘사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가 편지에 썼던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이 늘 그를 꿈꾸게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죽어서라도 저 별로 가고자 했던 욕구를 표현한 것인지 난 알 수 없다. 다만 박명의 시기에 별을 바라보던 그가 오로지 꿈꾸는 듯한 행복만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우주는 체계가 잡혀있는듯 하면서도 혼란스러우며, 그것은 그 속에서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는 별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가로써의 일뿐만 아니라 문학과 과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반 고흐는 밤하늘의 저 신기한 운동들을 보면서 평화와 동시에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별들은 소용돌이치는 미지의 은하처럼 그의 앞날에 대한 미지를 드러냈을 것이다. 불안과 고독,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불확실한 우주에 대한 두려움이 나타난다. 하지만 오로지 두려움만은 아니었다. 한 편지에서 반 고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의 그림이 옳다면 저는 오히려 실망할 것입니다. …… 제가 갈망하는 것은 (…) 사실상의 진실보다 더 진실할지도 모르는 실재의 이러한 부정확함, 이러한 편차, 재구성, 변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듯 고흐는 그들 속에서 다시금 예술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1890년 4월 19일, 고흐가 보았던 금성과 수성과 달은 과장되고 부드러운 반짝임으로 다시 탄생했다. 이는 다시 한번 나에게 신호하였다. 미지와 두려움이 오로지 기피의 대상만은 아니라고, 혼돈은 창조의 또 다른 얼굴임을 잊지 말라며 손짓을 하였다. 


2월의 밤, 그곳엔 오늘도 터널의 끝처럼 별들이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엮음.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2007), 189~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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