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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5. 7. 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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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때 우리는 본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한 것을 그린다.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그리더라도, 붓을 놀려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릴 때는 결국 그 사물에 대한 기억에 의지해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기억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어제 내 옆에 있었던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판단해준다. 누군가에게 맞아 얼굴이 퉁퉁 부었어도, 몸무게가 두 배로 늘었어도, 나는 그가 내가 알던 그라는 것을 기억에 의지에 알게 된다. 기억을 하지 못하면 읽었던 책도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고, 봤던 영화도 봤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억을 하지 못하면 함께 있었어도 함께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고, 누군가와 공유한 추억이 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기억되지 못한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중한 일일수록 잊지 않으려고 메모를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으로, 그 사람이 버리지 못할 기억으로 우리는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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