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시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내게 시라는 감성의 풍성함을 알려준 책이었고 그래서 난 이 책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을 보았을 때 별다른 고민없이 이 책을 산 것은 이 책이 '시의 숲을 거닐다'를 떠올리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책이 시의 감성을 알려주었다면 이 책은 문학(여기서는 주로 소설)의 감성을 알려주겠구나.'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는 짧지만 소설은 길었다. 그렇기에 시가 아닌 소설을 비슷한 분량으로는 다룬 이 책은 독자의 마음을 잡아끄는 데에 그만큼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어떤 글에선 소설에 관련된 내용이 거의 나오지도 않고 거의 개인적인 추억담으로 채워져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문학'이라는 이름을 뺀 뒤에 개인의 수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읽기 쉽게 쓰였다는 장점 때문에---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읽기 쉽게 쓰였다는 것은 아무렇게나 쓰였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적 감성이 어려운 해석을 거치지 않고도 잘 흔들릴 수 있도록 쓰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문학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자신이 어떤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는지 쓴다. 과거의 내가 앞으로의 어떤 내가 되었는지 쓴다. 무엇이 올바른 삶이고 무엇이 올바른 사회인지 고민한다. 그녀의 글은 높고 예술적이진 않지만 낮게 비행하여 우리의 곁으로 스며든다. 그것도 겉멋과 비판과 우쭐함은 내던진 채, 아주,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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