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싶다는 욕구가 아주 독특한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유한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다소 놀라움을 느꼈다. 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위해 산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이 틀렸다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완전히 잊혀지자는 욕구란 인류의 단 몇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의한 현상이라고 난 생각해왔던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알리고자 노력하지 않았던가? 아주 상투적인 말, 미움받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잊혀지는 일이라는 그 말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밀란 쿤데라의 이 말, "옛부터 줄곧 사람들은 자신의 일대기를 다시 쓰고 싶은 욕망, 자신과 타인의 과거를 바꾸고 흔적들을 지워 버리고 싶은 욕망을 지녀 왔다.*"라는 구절은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런 비인간적인 태도가 '잠깐이나마' 보편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간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게 해줄만한 것이었다.
* 밀란 쿤데라, "소설의 기술", 185쪽. 권오룡 옮김. (민음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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