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우 누님이 보내준 다와다 요코의 「영혼 없는 작가」를 읽는데 이런 표현이 나왔다. "나는 밤에 기차에 올라탔다. 침대가 네 개 있는 방 칸에 앉아 있었는데, 내 뒤로 두 명의 러시아인들이 들어왔다." 바로 그때, 몇 년 전 뮌헨에서 프라하로 향하는 기차를 탔던 기억이 불현듯---몇 년 만에---떠올랐다. 그 기차는 밤에 움직이는 야간열차였고, 우린 잘 시간이 되어 각자의 침대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침대는 2층으로 되어있었고, 누운 채로 들어가야할 만큼 공간이 협소했다. 몇몇 외국인들을 같은 침대칸에서 본 기억도 났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보아도 그 방에 침대가 네 개였는지, 아니면 두 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아, 아무래도 두 개였던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난 내가 사라진 기억을 짜맞추기 위해 억지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난 그게 싫어 기억하는 걸 그만 두고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책을 보면서도, 프라하에 도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차 복도로 나와 몇 번이고 창밖을 지켜보던 장면,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던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의 얼굴을 조심히 훔쳐보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렇게 옛기억을 떠올리다가 '저 사람이 누굴까' 하며 궁금하던 어떤 사람의 뒷모습이 실은 창밖을 바라보던 나의---실제로는 볼 수 없는---뒷모습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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