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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1. 10. 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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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프로이트와 다윈의 공통적인 업적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지만 차마 믿고 싶지 않았던 사실들을 폭로했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사람들의 온화하고 부정직한 자기만족(니체), 내면에 은밀히 숨겨져 있던 성적 욕구(프로이트)---사람들은 지금도 자신의 부인이나 자녀들이 성적인 생각을 한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한다---, 그리고 인간이 유인원의 한 갈래에서 진화한 종에 불과하다는 것(다윈)을 드러냈다. 이것은 대단한 성과인데,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도 그런 것들을 믿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심지어 100여년 전의 그 시절엔 어떠했겠는가?). 부정직한 자기만족이 공포스러운 이유는 그것이 자기만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자기 가족, 직장동료 등)에 대한 부정직한 불만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인데,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자기기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좋은 평판을 기대할 만큼 실제로 착하지는 않다."라고 프로이트는 썼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그런 말에---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충격을 받는다.

몇몇 사람들이 그런 생각, 인간의 속성이 생각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염두에 두는 것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여전히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 프로이트도 비슷한 생각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평화를 지키고 싶으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옛 격언이 생각난다. 이 격언을 시대에 맞도록 고치면 이렇게 될 것이다. '삶을 견디고 싶으면 죽음에 대비하라.'" 하지만 그런 대비를 했던 모든 사람들이 삶이 행복해보이지만은 않았다는 점---대표적으로 니체---은 대비를 하되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숙제를 남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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