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교리의 가장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용서에 관한 것이다. 신이, 자신을 믿는 자는 모두 용서해줄 거라는 믿음. 그러나 난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 신, 예를 들어 나사렛 예수가 관대한 성격이어서 우리 모두를 용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난 그 신이 우리 인간처럼 변덕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신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아주 저질이기 때문에 그의 행동이 개선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내 희망, 즉 나에게 이로운 생각대로 행동할 거라는 예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아무런 변명을 하지 않아도 나를 용서할 거야', '내가 왼쪽 뺨을 때려도 그는 내게 오른쪽 뺨을 내줄 거야.' 이런 상상은 잘 되지 않는다. 단지 신이라는 이유로 항상 인간을 사랑하고 용서해야할 의무와 책임을 지녀야 할까.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것처럼, 신도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신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와 믿음은 종종 두렵게 느껴진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지만 그 판타지가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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