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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2. 9. 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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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유괴에 관한 어떤 실험이 있었다. 그 실험은 한국 아이와 미국에서 교육받은 재미교포 아이들을 상황에 따라 비교 실험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아이는 낯선 사람의 요청에 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심지어 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그 사람의 차에 탑승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아이도 낮선 사람을 잘 도와주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사람의 무리한 요구, 차 안에 떨어진 걸 직접 주워달라는 등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았다. 생각해볼 점은 미국에서 교육 받은 그 아이는 단순히 그 사람의 요구를 거절하여 자신을 나쁜 아이로 만드는 대신에, 그 사람을 도와줄 다른 사람, 즉 어른을 데리러 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아이는 어른을 부르러 가지 않았다. 그 실험은 그 차이를 교육 방식의 차이에서 찾았다. 우리나라 아이는 착한 아이가 되라고 배웠고, 그래서 처음에는 그 낯선 사람을 경계하다가도 결국 스스로 다 도와주려고 한다. 반면 미국에서 배운 아이는 아무리 인상이 좋고 착하게 생긴 사람도 알고 보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한다고 배웠고, 그래서 낮선 이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기보단 그 일을 도와줄 수 있는 더 적당한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

"우리가 모든 미국인들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립 실종 및 성착취 아동센터 대표의 말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를 좀 더 넓게 해석할 수 있다. 누군가 우리에게 어떤 부탁이나 요청을 했을 때 그것이 무리한 요구인지 아닌지를 우리는 적절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이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기보다는, 자신의 괜한 이기심이나 의심 때문에 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려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간의 관계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행동양식이 있다. 우리가 어떤 부탁이나 요구를 들었을 때, 우리는 그것이 무리한 내용이 아닌지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무리한 것이었다면,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자신만을 자책할 게 아니라 그런 무리한 부탁을 한, 일반적인 행동양식에서 벗어난 그의 요구 역시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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