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혈을 하더라도 마음속으론 그 일을 부정한다. 그리고 부러 잊는다. 그럼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객혈의 기억은 깨끗히 사라진다. 그렇게 난 내가 잊을 것들을 안다. 잠을 못 이루고 혹은 잠에서 일찍 깨어 서성이던 날, 그 날들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 때문이 아니라 마치 곧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것만 같은 미래 때문이라는 걸 안 게 언제쯤부터였을까. 예측 가능한 삶이란 자신의 주관이 부여하는 축복이었지만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책무와도 같았다.
우유를 마셨다. 찢어진 기관지를 잠시나마 쓰다듬어 주는 듯한 끈끈함이 폐 위쪽을 깜싸며 내려갔다. 찢어진 싸한 아픔이, 그리고 끈끈함이, 목에서 전해졌다. 이 아픔이 다시 사라지는 날, 난 다시 잊을 것이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