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여전히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강렬하게 느낀 것 하나는, 내가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자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좋은 사람인데, 혹은 적어도 나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인데,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패러다임. 자신이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좋지 못한 행동을 할 때가 있는 건 상대방이, 직장 동료가, 윗사람이, 세상 자체가 어긋나 있기 때문이었다는 항의. 그렇기에 자신은 여전히 충분히 좋은, 심지어 세상에서 보기 드문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최면이 지속되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지만 그래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