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는 위험을 안고 있다. 스타일을 휘장이라고 은유했다가 비평가들에게 뒷덜미를 잡힌 휘트먼의 경우처럼, 무언가의 유사성을 찾아내야 하는 그 태생적 한계 때문에 비유는 언제나 공격받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비유가 무얼 의도하는지 충분히 알아챌 수 있지만, 비유를 광의로 해석해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협의로 판단한 뒤 그 비유가 적절하지 않음을 지적하고픈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조병화의 "고독은 나의 광장"이라는 비유를 보자. 저 비유가 뜻하고자 하는 바를 '마음속으로는'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광장처럼 넓고 사람이 많이 모이기 쉬운 장소를 고독과 연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비유가 표현 주체와의 유사성이 아니라 완벽한 설명, 즉 동일성을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비유가 곧 유추라는 걸 모르며, 안다 하더라도 믿고 싶지 않아하거나 적어도 그 상황에서 사용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비유가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질지 그렇지 않을지의 여부는 그 비유의 논리적인 적절성 그 자체보다는, 그 비유를 들은 사람의 그 당시 마음 상태(기분이 좋은 상태였는가, 나쁜 상태였는가)에 달린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만일 누군가와의 대화가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상황이고,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비유를 찾아낼 수 없다면, 적당한 비유를 통해 그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그 비유는 그저 새로운 싸움(비유의 적절성)을 위한 전장으로 전락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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