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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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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세 개를 넣은 솔 뫼니에르. 2020. 3.17.


저녁 식사로 솔 뫼니에르를 만들고자 주방에 들어서니 아내가 재료 준비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는 아내에게 버터, 그리고 즙을 짜서 얼려 놓은 레몬을 꺼내 달라고 했다. 난 시중의 레몬즙을 구매하는 대신, 레몬을 직접 짜서 얼음 상자에 얼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있었다. 


"레몬은 몇 개 꺼낼까?" 아내가 물었다. 난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한 개... 아니, 두 개." 그러자 아내가 두 개를 꺼내다 말고 세 개를 넣자고 제안했다. 난 그러자고 했다.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맛이 당긴다고 했다. 며칠 전에 아내는 내게 연어로 파피요트를 만들어 달라고 했었는데, 그 이유도 레몬이 들어가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꼭 신맛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것도 당기고 단 것도 당긴다. 스트레스를 자극적인 맛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심리는 인간에게 내재하는 일반적인 욕구다.


그만큼 아이들과 내내 집에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육아가 싫다거나 아이를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더라도 오래하면 힘이 든다. 아이들도 내내 집에 갇힌 채 한정된 일상에 머무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국 요새 음식의 맛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아내가 만드는 음식도 그렇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가 음식의 맛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내의 바람에 따라 난 내가 원래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레몬을 음식에 넣었다. 그런데 혹시 레몬의 강산성이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다행히도 우리는 신맛을 상상하기만 해도 침을 고일 수 있는 놀라운 조건반사를 지녔다. 레몬의 강한 산성을 그런 방식으로 희석하는 것이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풀 수만 있다면 레몬 세 개가 아니라 네 개도 문제가 아니다. 신맛을 상상하고 신맛이 만들어 내는 맛의 균형을 즐기도록 해보자.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다섯 개부터는 좀 무리일 것 같다.


돌이켜 보니 한 가지 아쉬운 게 떠오른다. 레몬 세 개를 소스를 만드는 데 모두 써버린 것이다. 레몬 한 개를 놔두었다가 서빙 직전에 뿌렸으면 아내의 스트레스 해소에 훨씬 도움이 됐을 테다. 신맛을 내는 요소들은 요리하는 동안 금세 풍미가 날아가 버리니 서빙 직전에 뿌리는 게 좋다. 아내가 먹기 직전에 직접 뿌릴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얼린 레몬즙이니 잘 녹여서 작은 저그에 담아 음식 옆에 놓아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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