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발타자르 로랑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 보통 줄여서 그리모라고 부르는 이 프랑스인은 미식 문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사람으로, <호스트 개론>(1808)에서 훌륭한 호스트라면 깊고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메뉴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의 부유한 집안은 익숙한 요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비슷하고 한정적인 메뉴로 손님을 접대하였는데, 그리모는 호스트가 그런 매너리즘을 타파하길 바라며 글을 썼다. 그런데 익숙한 요리를 선호하던 것이 꼭 그 당시 특별 계층만의 흐름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부유하든 그렇지 않든, 바쁜 하루 중 시간을 내어 그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기란 현대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메뉴가 한정적이면 요리하는 사람 스스로도 고민에 빠지게 될 때가 온다. 그래서, 익숙함도 훌륭한 가치이지만, 새로운 경험에 가치를 두어 보고자 초콜릿 수플레를 만들었다. 미리 사둔 초콜릿이 없었다면 이처럼 즉흥적으로 만들어 보진 못했을 것이다.
초콜릿 수플레는 "Salt, Fat, Acid, Heat"
내 입 안에서는 아직도 다크 초콜릿 특유의 맛이 맴돌고 있다. 수플레를 한번에 두 개나 먹어버린 탓이다. 초콜릿 수플레와 어울리는 음료, 하다 못해 우유라도 같이 마셨으면 좋았을 텐데. 초콜릿 수플레를 다 먹고 난 후 기존 레시피에서 초콜릿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 맛이 조금 더 약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미킨에 발라둔 설탕을 마지막에 닦아내지 않은 일도 메모에서 빼놓을 수 없다.
집에서 직접 만든 초콜릿 수플레. 2020.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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