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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반죽기의 선택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6. 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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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반죽기에는 다양한 모델이 있어 한 가지를 고르는 게 선뜻 쉽지 않다. 고민은 보통 빵 반죽 때문이다. 만일 제과, 즉 계란물에 약간의 밀가루를 넣는 정도의 반죽이라면 반죽기의 선택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격대도 그리 높지 않고 완성도도 대개 보장된다. 그러나 제빵, 즉 묵직한 빵 반죽을 가정집에서 하려 한다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빵용 반죽기는 제과용과는 달리 모터의 힘이 좋아야 한다. 된 반죽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터의 성능이 좋아지면 가격대가 같이 올라간다. 가격대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소음도 커지고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반죽의 용량도 올라간다. 소음이 커지면 우리나라처럼 밀집형 주거 생활을 하는 가정에선 반죽기를 아무 때나 마음 놓고 사용하기가 힘들어진다. 요즘처럼 층간소음 문제가 수시로 대두되는 때는 더욱더 그렇다. 즉 가정용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죽 처리 용량이 올라가면 좋을 것 같지만 그 또한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일반 가정에서 적은 양의 반죽, 특히 소량의 머랭을 만들기엔 부적합해지기 때문이다. 반죽을 한번에 많이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때그때 신선하게 만든다는 즐거움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많은 반죽을 한번에 굽고자 한다면 오븐 역시 처리 용량이 높은 걸 구매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상대적으로 큰 몸집과 무게도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이런 고민은 기계 한 대로 제과와 제빵을 모두 해결하고 싶다는 희망에서 비롯한다. 


켄우드 반죽기로 만든 우유 식빵. 2019. 7. 5.


한 대의 기계로 두 가지 일을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가정용 빵 반죽기로는 스파이럴 믹서나 오블리크 믹서 같은 성능을 낼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핸드믹서 같은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제과용 반죽기로 만족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수 있다. 핸드믹서로도 충분히 좋은 빵을 만들 수 있다. 부족한 글루텐은 긴 1차 발효와 반죽 접기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 자금이 제한적이라면 고급 반죽기보다는 좋은 오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빵을 자주 만들지 않는다면 저렴한 핸드믹서와 좋은 오븐의 조합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제과보다는 제빵에 관심이 많고 빵을 자주 만들고자 한다면 제빵에 특화된 스파나 틴소 회사의 제품, 키친에이드의 고급 반죽기를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런데 그런 제품들이 가격이나 크기, 무게, 처리 용량에서 부담스럽고 소량의 제과에는 부적합한 기능으로 불만족스럽다면 합리적 대안을 찾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선택은 결국 켄우드였다. 가정용 반죽기로 상업용에 가까운 완성도의 빵 반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디자인은 공업용 기계로 보일 만큼 투박했지만 내게 중요한 건 디자인이 아니라 반죽이라는 결과물과 쉽게 고장 나지 않는 튼튼함이었다. 단단해 보이는 외관에서 듬직한 느낌을 받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켄우드의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한번에 처리 가능한 용량도 가정용으로는 결코 적지 않았다. 아주 적은 양으로 작업할 때, 예를 들어 흰자 1개로 머랭을 만들 때는 핸드믹서가 더 나았지만 그보다 많은 양에선 충분히 실력을 발휘했다.


밀가루 반죽을 일정량ㅡ특정하기 어렵지만 대략 1kg부터ㅡ이상 넣은 뒤 고속으로 돌리면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데 이건 가정용 반죽기로선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고속으로 많은 양의 반죽을 치대더라도 반죽기가 좌우로 거의 흔들리질 않길 바란다면 이보다 더 크고 더 무거운 상업용 제품으로 가야 한다. 물론 반죽을 조금만 넣거나 적당한 속도로 사용하면 그다지 흔들리지 않으니 사용하기 나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게 아니라면 저속으로 사용해도 충분하다.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밀가루 반죽을 고속으로 돌려 글루텐을 최대한 발달시키면 빵의 향미가 쉽게 저하되고 기계에는 부하가 걸려 수명이 줄어들 수 있으니 여러모로 피하는 것이 좋다. 소음도 고민거리인데, 빵 반죽 시의 소음은ㅡ진동처럼ㅡ어떤 제품을 선택하든 감수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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