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파트의 깨진 벽(석고보드), 직접 수리하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5. 6. 20:01

본문

1.

이곳으로 처음 이사를 왔을 때 큰방 안쪽 바닥에 곰팡이가 핀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인을 물으니 윗집 보일러가 터지는 바람에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려 그리 되었다는 답을 들었다. 당장 벽지와 바닥이 깨끗해 보였고, 무엇보다 해결되었다고 하여 더 묻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것은 "곰팡이가 또 피지는 않았는지 나중에 살펴보라"는 조언이었다. 윗집 보일러가 문제였는데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앞으로 누수로 인한 곰팡이를 걱정할 이유가 없는데 무슨 이유로 더 살펴보라고 하는 것일까? 혹시 말 못할 다른 곳에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때는 그걸 과한 염려로 치부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무심코 큰방 바닥을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벽지의 흔적이었다. 문득 과거의 당부가 생각났다. 난 주변의 물건들을 모두 치운 뒤 장판을 걷어내 보았다. 그러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검게 그을린 듯한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곰팡이의 흔적이었다. 바닥 몰딩에 가려져 있던 벽지에도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일부는 그 위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방바닥에 곰팡이가 피었다는 건 장판 바닥쪽으로 수분 공급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살펴 보니 안방의 네 벽면 중 발코니와 면하고 있는 쪽의 벽이 깨져 작지 않은 구멍이 나 있었다. 가로, 세로 각각 40cm, 25cm에 깊이가 4cm 정도 되는 구멍이었다. 두께 9mm의 석고보드로 마감된 벽이었는데, 이 석고보드가 어떤 충격에 의해 깨진 상태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구멍이 바닥 곰팡이의 원인인 게 분명했다. 송곳 정도 되는 크기의 구멍으로도 결로가 생기는 마당에 이 정도 크기의 구멍이라면 결로가 생기지 않는 게 이상했다. 결국 그로 인한 습기가 안방 바닥에 곰팡이를 야기했을 터였다. 

 

사실 주택의 결로는 상당히 흔한 현상이다. 최근에 지어진 고급 아파트에도 결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지금도 결로 현상을 두고 아파트 시공사와 입주민이, 임대인과 임차인이 다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쪽은 결로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환기 등의 관리를 잘 해주지 않은 거주민의 탓이라 말하고, 다른 한쪽은 애초에 결로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를 따지려면 설계와 시공부터 살펴야 하는데 목소리 크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흔하다. 다툼의 과정을 보면 결로 현상의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로의 일상성을 생각하면 의외라 볼 수 있다.

 

결로의 원인을 발견했으니 해결을 해야만 했다. 헌데 이미 그곳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보수 공사를 쉽사리 할 수가 없었다. 임기응변으로 우선 구멍을 단열재로 얼기설기 막은 뒤 곰팡이가 핀 벽지를 뜯어내고 도배를 다시 했다. 그 당시 기대했던 것은, 그래도 그곳이 발코니와 접하고 있는 내부의 공간이었기에, 그 정도의 단열재 충전만으로 결로가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2.

몇 주 전 큰방의 물건들을 옮긴 뒤 주변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아쉽게도, 심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벽지는 일부가 누렇게 뜬 상태였다. 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수를 하기로 했다. 주변의 짐을 모두 옮기고, 벽지를 뜯어내고, 락스를 이용해 곰팡이를 제거하고, 신문지를 바닥에 깐 뒤 필요한 장비를 하나둘 방으로 옮겼다.

 

그런데 대체 어쩌다 여기에 구멍이 난 것일까? 홧김에 발로 여기를 차버린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옮기다가 부딪혀서 깨진 것일까? 뒤바꿀 수 없는 과거가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궁금하기는 했다. 그 누군가의 덕택으로, 난 다른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즐거운 날을 보내고 있을 5월 5일 어린이날에 이렇게 방구석에 앉아 곰팡이와 석고보드 가루, 매스꺼운 본드 냄새와 씨름을 해야 했으니.

 

석고보드와 우레탄 폼, 퍼티를 구입하여 작업했다. 깨진 벽을 석고보드의 크기에 맞춰 잘라낸 후 단열 및 석고보드의 부착을 위해 우레탄 폼으로 안을 채운 뒤 석고보드를 끼워넣었다. 퍼티로 면을 고르게 한 후 합지를 발라 마감했다.

 

아래는 작업 전 후의 사진이다. 그 아래 동영상에는 작업 과정과 약간의 설명을 담았다.

 

깨진 벽의 상태. 석고보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 주위로 석고보드 겉면을 긁어낸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구멍 주변에 핀 곰팡이를 긁어내다가 석고보드까지 긁어낸 듯하다. 서울, 2019. 4.27.

 

우레탄 폼과 석고보드, 퍼티를 이용하여 보수한 뒤의 모습. 서울, 2019. 5. 5.

 

합지로 마감한 뒤의 모습. 서울, 2019. 5. 5.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