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라면을 먹지 못하다니, 정말 인생의 커다란 불행이네요. 정말 맛있으니까요.”하고 아내는 말한다. 분명히 그럴지도 모른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눈앞에 놓인 음식은 무엇인든지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고 싶다. 그렇게 되면 이 세계는 좀더 단순하고 행복한 장소가 될 것이다. 1
회를 못 먹어? 왜 저걸? 난 무라카미 하루키와는 달리 미식가는커녕 음식은 배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맛이라는 것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음식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맛은 알기에 그가 회라는 음식이 지닌 맛과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도 회라는 요리가 지닌 특유의 문화를 경험할 수 없다는 게 안돼 보였다. 난 먹는 것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지만 아무튼 그 자체로 훌륭한 경험인 거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아니 테니스를 칠 줄 모르신다고요? 스키를? 여행을? 하지만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당사자가 생각할 땐 공을 쫓아 뛰는 거나 추운 겨울에 칼바람을 맞아가며 막대기에 의지한 채 내려오는 경험이나 영 시원찮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우리에겐 우리의 관점이 중요할 뿐. "하지만 춤을 추지 못하다니, 정말 인생의 커다란 불행이네요. 정말 재미있으니까요." 따져보면 그야말로 불행으로 점철된 세상이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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