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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세계의 전환점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7. 1. 2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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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다가오면서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체스나 바둑을 두는 소프트웨어를 인공지능이라 부른다면 사실 우리는 매우 수많은 인공지능에 둘러싸인 채 그를 이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 게임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고, 엑셀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류의 인공지능은 입력 데이터가 디지털화되어 미리 제공된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즉 해당 인공지능은 입력을 외부 세계의 아날로그에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0과 1의 수치로 받아들인다. 이런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은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무궁하게 발전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심하게 말하면, 이런 정도의 지능은 '도'를 누르면 '도'음을 내고, '미'에 해당하는 건반을 누르면 '미'의 파동을 만들어 내는 피아노와 다를 게 없다. '편리하게' 주어진 입력에 그대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마다 울리는 시계도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의 핵심 중의 하나는 인지 능력이다. 분필을 보고 분필이라고, 볼펜을 보고 볼펜이라고 인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분필의 형태와 색상을 미리 입력하는 방식으로 기계에게 분필이라는 걸 학습시킬 수 있다. 하지만 기계에게 분필과 비슷한 형태의 하얀색 볼펜을 보여주었을 때, 그것이 분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더 나아가 내가 숫자 1을 의미하기 위해 분필을 집어들었다는 걸 알아낼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3차원 공간에서의 인지 능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어떤 공간에 하얀 종이를 앞뒤로 살짝 떨어뜨린 채 세워 놓았을 때, 기계는 그 종이가 한 장인지, 혹은 두 장이거나 세 장인지, 아니면 커다란 한 개의 종이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것은 사람 역시 한번에 알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사람은 자신의 몸을 움직여 다른 각도에서 종이를 바라본 후 그것의 정확한 형태와 개수를 알아내려 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인공지능의 인지 능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다. 물론 컴퓨터 비전과 인지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과거에 비해 대단한 발전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지하 세계부터 바다 속 생물과 우주에 이르는 수많은 사물을 구분해 내는 인간의 능력에 비하면 인공지능의 인지 능력은 여전히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학자는 특정 분야에서 보이는 인공지능의 인지 능력이 거의 인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주장은 사실이지만, 그것 역시 인간이 수많은 데이터를 미리 제공하고 또 인지의 범위를 특정 분야로 제한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핵심적인 분야는 성장이 느리지만 그래도 인공지능은 여전히 무한히 발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람이 입력을 도와주는 디지털 입력의 세계에선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것들이 끝없이 발전할 것이고 결국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 <A.I.>나 <엑스마키나>에서 나오는 그런 인공지능 로봇은 그 성취가 아직 요원하다. 


궁금한 것은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질 그 시기의 도래이다. 그날이 되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물체를 인간이 만들어 냈을 때 (가령 구체 형태의 자전거) 인공지능은 인간이 그것을 자전거라고 알려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전거라는 것을 알아내게 될 것이다.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이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라는 것을 (마치 선생님을 통해 배우고 뉴스를 통해 알게 되듯) 인공지능에게 배우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류는 비극적일지 희극적일지 알 수 없는 세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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