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두물머리, 무채색의 세계

양평 두물머리. 2016.10.25.

 

어두운 분위기의 흑백 사진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몇 번 밝힌 적이 있다. 현대의 흑백 사진은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이용하여 채색을 인공적으로 빼낸 것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컴퓨터 앞에서 쉽게 흑백의 사진을 얻어낼 수 있다. 그렇게 색채를 쫒아내는 방식으로 흑백이 주는 이미지에서 아픔을 억지로 강탈해 내려 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획득한 무채색의 감각은 그 형식과 동일한 위압으로 나를 내리눌렀다.

 

지난 화요일 양평 두물머리에서 찍은 위 흑백 사진이 의도적인 후처리를 거친 인공의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현대인은 그런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때로 자연은 컴퓨터 화면이 아니라 우리의 눈에 곧바로 수묵화와 같은 풍경을 보여 주기도 한다. 양평 두물머리, 그곳의 하늘이 구름에 갇히며 강 주변으로 안개가 피어오르던 순간, 사물은 천천히 채도를 잃으며 일시적인 침묵에 빠졌다. 자연이 선사한 무채색 세계의 현시. 그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