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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었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06. 7. 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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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었다
비오던 새벽 4시
노란 우산을 쓴 채 걸어가던 날이 있었다
뒤따르던 검은 물체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그게 나의 그림자였다는 게 부끄러워 창백해지던
그런 날이 있었다

담배를 피며 걸어오던 두 사내를

잔뜩 움츠린 눈으로 바라보던 날이 있었다
철제 네온사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소름 끼쳐 떨던
그런 날이 있었다
뒤에서 갑작스레 켜진 자동차 전조등에 깜짝 놀라던
그런 날이 있었다

깜깜한 방이 무서워 복도의 불빛에 안달하던
강도가 들어올까 두려워 문을 두세번 잠그던
TV의 치지직 소음에 안심하던
외로움이 밤새도록 TV 리모컨을 눌러대던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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