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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길을 묻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06. 5. 1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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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것은 혼자사는 거라 누가 말했지요
그래서 나는 혼자 살기로 결심했지요
날마다 혼자 돌아다녔지요
혼자 사는 일이 쉽진 않았지요
어떤 이들은 부적응아라 놀렸고
어떤 이들은 동정을 보이며 의도적으로 접근했지요
그래서 나는 '혼자라고 너무 무시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했지요
그러다 문득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나뭇잎을 보았지요
혼자 떨어져 나와 밟히고 더렵혀졌지요
그러나 외로워 보이지 않았지요
누구의 삶도 그 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혼자 사는 일이었지요
그제서야 홀로 생활한다는 것은 혼자 산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 겨우 알았지요
혼자 살려 할수록 삶은 더 낙하했지요
오늘도 나는 폭포 속 급물살을 헤매지요
바다처럼 살고 싶어, 멈추고 싶어


*
천양희 님의 시, '물에게 길을 묻다'에서,
모방 혹은 파스티슈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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