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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긴 침묵 - 가면들의 황혼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03. 2. 1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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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투르니에의 산문집 "짧은 글, 긴 침묵"에는 '가면들의 황혼'이라는 산문이 실려 있다. 그는 이 산문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관념처럼 날 괴롭힌 것도 드물 것이다. 어쩌면 내 삶은 남성다움이라는 것과의 싸움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다움이라는 것에 포함된 폭력적인 태도와 도취된 우월성 때문에 그들을 종종 거부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었다.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언제나 대세에 따르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때론 그것을 거부하며, 때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적절한 선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렇게 적당한 남성성을 가지는 것은 곧 비남성적인 대상에 대한 상대적인 우월을 의미했고, 누구의 시선에서든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한 요소의 강세는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상대적 피해자인 여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마음씨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긴 하지만 어쨌든 사람을 첫 대면할 때 제일 먼저 드러나는 것은 외모일 수밖에 없었고, 태고적부터 정해졌다고 전해지는, 강한 남자에게서 보호받길 원하는 연약한 여성의 기원을 벗어 던지지는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여성들이 짊어진 가장 큰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남성성을 적으로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그를 껴안아야만 하는 그 적절한 선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여자의 적이 여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페미니스트들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들을 성토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성에 대한 애매한 관념은 그들이 풀어내야 할 또 다른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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