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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아주아주 작은 이야기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03. 3. 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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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톨스토이는 나에겐 하나의 강요였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은 어린 시절부터 읽어야 한다는 공감대의 형성은, 나에게 '어린이가 읽는~', '청소년을 위한~' 이런 류의 책을 가져다 주었다. 이 책도 그런 일환에서 읽게 된 책이었다. 이른바 고전 명작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그런 책엔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따위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12살의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명작을 읽어야만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하나의 과시적 결과물 뿐이었다. 선생님께서 '이 책 읽어본 사람은 손들어 봐요'라고 하셨을 때, 자신있게 손을 들 수 있었던, 그것이 전부였다. 누구나 '이 책을 읽어 보았는지'만을 물었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배울 점 따위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독후감을 써오는 숙제가 있었지만, 12살의 바보같던 내가 할 수 있었던 거라곤 모범 답안을 그저 적는 것 뿐이었다. 매일 의무적으로 내야 했던, 단순히 하루의 일과를 적은 일기장처럼,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내가 어린 시절 느꼈던, '고전 명작'이라고 불리던 책에 대한 느낌의 전부였다. 나를 의아스럽게 만든, 이상한 교육 문화의 첫 인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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