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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잊혀지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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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연인이거나 부부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같은 사물을 바라보았을 때의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이런 일들을 겪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가령, 결혼반지를 보고 한쪽은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음, 반지군.'으로 끝나버린다거나, 한쪽에겐 만난지 100일째의 선물로 준 것으로 기억되는 책이 다른 한쪽에겐 오래되었으므로 버려야 할 책으로 여겨지는 것. 한 때는 둘만이 공유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권태 속에 묻혀 가는 것.

하지만 그런 다짐의 휴지조각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특별한 24일이, 나에겐 일상적인 24일이 되었고, 그 순간, 가엾은 한 천사의 꿈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또 하나의 낭만이, 꿈이, 믿음이 쉽게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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