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블로그 중독을 자랑하는 방법

본문

오늘 인터넷 뉴스로 블로그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중독이란 보통 안좋은 의미로 쓰인다. 그러므로 그 기사는 블로그 중독을 안 좋은 방향으로 묘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사 내용도 그랬다. 뭐든지 지나치면 안좋다는 것이 중독을 좋지 않은 습성으로 몰아가는 가장 큰 근거였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독서나 공부엔 중독되었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우리애가 독서에 중독되어서 큰일이에요."
"젊은이들에게 공부 중독증이 확산되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금 현실에서 이런 표현은 무언가 좀 이상하다.

그리고 서점가에 돌아다니다 보면 아래와 같은 제목을 단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미쳐야 산다."
"나만큼 미쳐봐."
"죽도록 사랑하다 미쳐버려라"
"연애 중독"

중독되었다는거나 한 가지 것에 미쳤다는거나, 둘 사이엔 별반 의미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위의 중독은 좋은 의미로 쓰인다. 그러므로 "뭐든지 지나치면 안 좋기 때문에"는 중독이 나쁜 적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근거는 하나의 관습처럼 내려와 마치 진리처럼 여겨진다.

어떤 것에 대한 중독이 좋은지 나쁜지는 '지나침'이 아니라 중독 대상의 적절성---대개 부와 명예---에 달려있다. 하지만 보통 그렇게 말하진 않는다. 이것은 여자친구를 차면서 '다른 여자가 생겨서' 혹은 '네가 못 생겨서'라고 말하지 않고 '성격차이 때문에' 라고 말하려는 성향과 비슷하다.

어쨌든 블로그를 하면서 나름대로 삶의 활력소를 얻었던 사람들은 '블로그 중독증이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는 기사를 보면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게다가 기자의 그런 멘트를 배경으로 담배 연기가 자욱한 PC방의 한쪽 구석을 블러 기법을 이용해 보여준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만일 그 기사를 보신 부모님께서 "그놈의 블로근지 뭔지 때려치고 공부나 해!"라고 소리치신다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 하버드를 수석으로 합격한 애가 하루에 블로그를 5시간씩 하면서 논술 실력을 길렀대요."

그러면 당분간 잠잠해지실 것이다. 물론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나기 전까지만 말이다.


2005년 02월 25일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