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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낀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06. 5. 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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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낀다라는 건 말이야, 종이나 천이 바람을 받아 흔들리는 걸 말해. 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지. 여기서 흔들린다는 게 중요해. 흔들리려면 고정이 되어 있어야 하거든. 유치환의 시, 깃발에 나오는 그 깃발처럼 말이야. 만일 깃발이 깃대에서 떨어져 나와 날아간다고 상상해봐! 우린 더 이상 그 깃발이 나부낀다고 표현할 수 없을 거야.

 

그래, 나부끼기 위해선 어딘가 박혀 있어야 해. 바람이 불고, 흔들리고,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지.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고정, 멈춤. 작은 끈에 매달린 부표처럼.

 

저길 봐. 나부끼고 있는 우리의 저 아름다운 정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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