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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법을 이해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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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사자가 사자를 길들이는 사람보다 더 힘이 세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사자를 길들이는 사람도 그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사자가 이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 테리 이글턴"

위의 글은 널리 인용되고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글이다. 나도 멋진 표현이라며 -사회 현실을 잘 묘사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누구나 판단하기보다는 믿으려 한다'는 세네카의 말은 나를 깊이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난 테리 이글턴의 글을 다음과 같이 바꾸었다.

1.
사자는 자기가 자신을 길들이는 사람보다 더 힘이 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조련사는 죽일 수 있을지라도, 결국엔 자신이 인간들의 총에 맞아 죽어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것을 걱정하기 때문에 조련사의 말에 따른다. 문제는 조련사가 사자는 무식한 동물이라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2.
사자는 자기가 자신을 길들이는 사람보다 더 힘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이 보는 것은 당장 눈 앞의 조련사가 아니라 그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인간 문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자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조련사가 착각한다는 점이다.

3.
사자는 자기가 자신을 길들이는 사람보다 더 힘이 강하다고 착각을 한다. 조련사는 마치 사자가 힘이 있는 듯 꾸미고 사자가 링 위를 통과할 때 받는 갈채가 마치 사자를 위한 것인 양 조작하여 사자가 그 상태에 만족하도록 만든다. 문제는 사자가 이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영웅이 필요한 세상은 불행하다.> 그래서 오늘날 나는 이렇게 적는다. <아포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은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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