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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에 대하여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06. 5. 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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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미쳤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미침이란 자기의 진실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사회 속에서 서로의 관계와 규약을 깨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지만, 광인은 그걸 벗어 던져버리는 겁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용기가 있어야 되죠. 그리고 두려워하는 그 어떤 것도 있어서는 안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는 때론 신과도 융화할 수 있는 건가 봐요.

저도 고독에서 비롯되는 자유를 알고 또 그를 사랑하지만, 가끔은 매우 우울하고 무언가에 얽매이게 돼요. 그건 아마 제가 제 가면을 도둑맞지 않아서 일꺼예요. 광인은 가면을 아주 도둑맞아 버렸지만, 저는 기회만 되면 다시 그 가면을 써서 그 속으로 숨어들어 가니까요.

그러니까 그대, 제가 규정을 털어내며 가면을 벗고 들어갈 때 저를 바라보는 그대, 제 일곱 개의 조각난 가면과 우울을 벗겨 그대의 왼편에 놓아두고, 지평선 아래로 태양이 가라앉을 때 온갖 감정이 풍부하게 우러나는 그대를, 정해진 운명대로 살지 않고 살아있는 삶을 사는, 아침이 되면 다시 제게 가면을 씌워주는 그대를, 전 사랑하는 겁니다.

그래요. 누군가 저에게 "당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하고 묻는다면, 그래요. 그건 오직 당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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