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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물건들과의 작별 인사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06. 4.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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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오랜만에 짐을 정리하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러 가지 물건들이 나온다. 메모들, 오래된 수첩들.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찾아볼 것!’,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앞으론 빨리 올게!’.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의 연락처. 아, 맞다. 아직도 기억나. 누구누구누구. 인연을 유지하고는 싶었으나 연락을 할 용기는 나지 않았으므로 안타깝지만 그대로 휴지통행. 안녕, 그때 그 사람들. 잊고 있었던 사진과 선물들. 너무 오래 놔 두어 늘어붙은 사탕들. 반가움이 담겨있는, 그러나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 이젠 더 이상 필요없는 책들. 이들을 모두 모아보니 상자로 다섯 개다. 자, 이제 분리수거를 할 차례. 내가 잊은 기억은 이쪽, 내가 잊혀진 기억은 저쪽. 온갖 감정이 뒤섞여 쓰여진 종이였지만, 잊고 잊혀지고 나니 그저 재활용통에 들어가는 신세일 뿐인 걸. 나라는 존재마저도 결국 그러하겠거니, 모든 것이 쓸쓸함을 대변한다 한들 또 어떠할까. 이렇듯, 오늘도 이상한 생각이 들고 싶어지고 마는 어지러운 그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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